검찰이 주택 구매 후 승계한 채무를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수법으로 처벌을 피하려던 50대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입증, 실형 선고를 이끌어냈다.

8일 광주지검 공판부(윤나라 부장검사) 등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최근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A(53)씨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을 경우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만 승계하면 자본을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69채를 매수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자신이 직접 맺지 않은 임대 계약이어도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줬어야 함에도 불구, 4명에 대해 총 4억5천만원을 주지 않았다.

재판에서 A씨는 “매도인과 직접 매매 계약만 체결했을 뿐, 주택 구매 후 임차인과 새롭게 임대차계약을 맺지 않았고 보증금도 직접 받지 않았다”며 “피해자에 대한 기망행위나 처분행위가 존재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전세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주택을 사들였고, 승계한 채무를 기존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이의 제기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지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A씨의 보증금 반환 능력 부재를) 알았다면, 승계에 이의를 제기해 임대차 관계에서 벗어날 권리를 행사했을 것이 명백하다”며 “A씨는 임대차 종료 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고지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을 숨긴 채 부동산 거래를 해 피해를 양산한 전세 사기범을 처벌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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