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화)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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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끝자락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기예보를 듣고 새삼스럽게 내일의 날씨를 재차 알려줄 뜻은 아닐 터, 내일 아침 출근길 딸의 안부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긴 장마가 시작됐다.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드세게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빗물이 흥건한 도로 위를 달리다 이따금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지나갈 땐 아찔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인해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장마철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언제든지 예고 없이 폭우가 쏟아질 수 있는 여름철, 도로 위 운전자들에겐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의심의 여지없이 감속 또 감속이다. 비가 오는 날은 평소와 비슷한 속도로 주행을 해도 과속이 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는 경우 최고속도의 20%를, 폭우나 안개 등으로 인해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에는 최고속도의 50%를 각각 감속해야 한다.
빗길 운전 시 감속해야하는 이유와 운전자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수막(水膜)현상이다. 수막현상은 말 그대로 도로 위에 수막, 즉 물의 막이 형성돼 차량이 마치 물 위를 떠가는 것처럼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불안정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물이 고인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할 때 타이어가 도로 위의 물을 원활하게 배수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때 자동차는 운전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조향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운전자가 제어할 수 없는 자동차는 결국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비가 오는데도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로 주행한다면 사고를 만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즉 수막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과속이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빗길 안전운전의 기본이다.
장마철, 비가 오는 도로에서는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고 가시거리가 줄어들면서 주변 도로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위험요인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젖은 노면에서는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1.5배 이상 길어지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운전자 스스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 있는 안전거리는 결국 나를 보호하는 거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비가 오는 날은 낮 시간에도 전조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조등은 운전자의 시야확보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주변 차량들이 내 차량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방어운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야간에는 젖은 노면 위에 자동차 전조등이나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면서 차로를 구분하는 차선을 인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되도록 차로변경을 자제하고 주변 차량과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질 때는 운전경력이 많은 베테랑 운전자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장마철에는 차량에 대한 점검이 필수다. 와이퍼를 작동하더라도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운행 전 와이퍼 상태나 작동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운행 전 타이어의 마모상태와 공기압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타이어는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 하나지만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부품이기도 하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은 상태에서 주행하게 되면, 노면과 타이어의 접촉면적이 커지면서 단위면적당 타이어의 구동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도로 위의 빗물을 배수시키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빗길 주행 시에는 평소보다 공기압을 10% 정도 높여야 타이어의 배수기능이 향상되고 주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름 장마철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우리는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주의와 잠깐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반복되는 빗길 교통사고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실천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마철 도로 위의 모든 운전자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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