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전남지역 흑염소 도축업체 2곳이 도축료를 동시에 기습 인상하면서 지역 내 흑염소 농가들이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흑염소 농가들은 도축료 인상으로 인해 국산 흑염소 시장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도축업체들은 경영난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을 빚고 있다.

9일 (사)전남흑염소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화순군과 강진군에 있는 흑염소 도축업체 2개소가 흑염소 도축비(50㎏ 이하 기준)를 마리 당 4만5천원에서 5만5천원으로 1만원(22.2%)씩 인상했다.

2개 업체는 앞서 2021년에도 도축비를 3만5천원에서 4만5천원으로 1만원(28.5%) 올린 바 있다. 최근 3년 사이 흑염소 도축비가 57.1%나 급등한 셈이다.

전남 소재 흑염소 도축시설은 이들 2개 업체 뿐이다. 전국적으로는 2곳이 소재한 충북 청주시를 비롯해 충북 제천·충주시, 경남 함양군에 각 1곳 등 총 7곳이 있다.

전남 흑염소 농가들은 “사실상 독과점 지위에 있는 2개 업체가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상 시기와 인상액을 동일하게 책정한 만큼 담합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도축업체들이 경영 상 어려움을 도축비 인상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전남이 전국 흑염소의 25%를 생산하는 최대 주산지인 만큼 처리 물량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농가의 입장이다.

실제 2022년 기준 전남 흑염소 농가는 1천495호로 전국 흑염소 농가(1만73호)의 14.8%를 점유하고 있다. 전남지역 사육 두수는 10만8천두로 전국(43만2천두)의 25%의 비중을 차지한다.

황기연 전남흑염소생산자협회장은 “3년 전 도축비를 인상할 때도 전남 2개 업체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자 타 지역 도축장도 잇따라 도축비를 올렸다”며 “국내 흑염소 시장에서 수입산 흑염소 비중이 70% 이르는 현재 도축비 인상은 국산 흑염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산 흑염소 시장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또 “도축업체들이 의견 조율 없이 도축비 인상 만을 부당하게 고집한다면 농가들도 뜻을 모아 손해를 감수하고 타 지역 도축장을 이용하는 방안 등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도축업체 측은 “다른 축산물까지 취급하는 타 지역 도축장과 달리 전남 업체들은 흑염소 만을 취급하는 전문 도축장으로 설비·인력 유지를 위한 최소 도축량을 충족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도축비를 인상한 것”이라며 “사전에 농가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민간 업체인 도축장이 이윤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도축료를 책정하는 만큼 도에서 제재할 근거는 없다”며 “농가와 도축업체 사이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모두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어 도축비 인상 관련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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