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간첩단’ 사건 이전 같은 지역에서 납북됐다가 ‘고정 간첩’으로 몰려 처벌받은 피해자들이 50년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9일 A(70)·B(78)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B씨와 함께 처벌 받은 뒤 앞서 사망한 피고인 2명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 무죄 판결을 내렸다.

A·B씨는 김재민씨 일가의 ‘거문도 간첩단’ 사건 3년 전에 발생한 또다른 간첩단 사건의 피의자다.

A씨는 1972년 17세의 나이에 삼촌의 꼬임에 속아 납북된 후 고향 거문도로 돌아와 1973년 수사 기관에 체포됐다. 당시 수사 기관은 A씨가 북한에서 세뇌교육과 지령을 받은 뒤 남한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어머니, 친척 B씨를 포섭해 함께 고정간첩으로 활동했다고 보며 구속영장 없이 이들을 장기간 구금했다.

검찰은 고문·가혹 행위에서 비롯된 자백을 근거로 기소했고, 1974년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뒤이어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A씨는 징역 15년 등을, 나머지 피고인 3명은 징역 3년6개월-5년을 확정 받았다.

형 집행 종료 이후 A씨 등은 고향을 떠나 살다가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김재민씨 유족 등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내자 용기를 내 재심을 신청했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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