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꽃신 신고 훨훨’ 공연 모습

상여(喪輿)는 망자(亡者)의 시신을 묘지까지 나르는 가마와 비슷하게 생긴 도구다.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어깨에 상여를 멘다. ‘상여소리’는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뜻한다. 고인을 보내는 슬픔과 망자를 추억하는 그리움을 달래면서도 상여꾼들의 고된 노동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우기도 한다. 이러한 ‘상여소리’는 우리 음악이 품은 섬세한 감정과 표현의 다양성이 녹아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도 평가받는다.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사이의 ‘마지막 축제’. 지역별 상여소리를 한데 엮은 공연이 펼쳐진다.

국립국악원 순회공연 ‘꽃신 신고 훨훨’이 오는 13일 오후 3시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 진행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민속악단이 ‘상여소리’를 무대 예술화한 것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을 받아 우수공연으로 선정된 바 있다. 유지숙 민속악단 예술감독의 첫 정기공연 작품에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 안무를 더해 순회공연 형식에 맞게 재구성했다.

연출은 소리극 ‘까막눈의 왕’을 연출했던 정호붕 중앙대 교수가 맡는다. 정 교수는 ‘삶의 끝에서 마주하는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로 이번 공연을 꾸며 무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서도, 경기, 남도 지역의 상여소리를 비롯해 죽음을 다룬 노래와 음악으로 구성됐다.

지역별로 다른 상여소리를 통해 음악적으로 다양한 정서를 담아냈으며 민요 잡가, 판소리, 무속음악 등을 한데 엮고 민속음악에 담긴 삶과 죽음의 조각을 함께 이어 작품을 완성했다.

슬픔을 다 내려놓은 듯 처연하고 담담한 북녘의 소리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서도 상여소리’가 이날 무대의 서막을 장식한다.

이어 삶의 인연과 그로 인해 얽히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경기 상여소리’가 그 뒤를 잇는다.

마지막 무대는 ‘남도 상여소리’다. 미련까지 훨훨 날려 보내는 신명과 다채로운 장단이 어우러져 흥겨움을 더할 예정이다.

지역별 상여소리 외에도 제전과 상구소리, 산염불, 이별가, 진도다시래기, 진도씻김굿과 지전춤, 판소리 심청가 중 상여소리 등 삶의 다양한 순간을 노래하는 지역별 민요, 판소리 무대도 함께 선보인다.

유지숙 예술감독은 “공연의 노랫말을 찬찬히 되새겨보며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옛사람들의 통찰을 함께 나눠보시길 바란다”며 “여러 지역 상여소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무대가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예매 및 자세한 내용은 국립남도국악원 장악과(061-540-4042)로 문의하면 된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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