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은 광주시의회 의원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5·18특위)가 1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본회의장에서의 활동결과 보고를 앞두고 있다. 5·18특위의 활동 기간은 총 347일이었다. 6번의 특위 회의, 14번의 대외 간담회, 7번의 토론회, 3번의 업무협약, 3번의 현장방문, 2번의 여론조사, 7건의 성명 발표, 9번의 언론기고, 11개 조례의 통폐합. 일지를 작성해보니 매달 6.4개의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없이 달려온 날들이었다.

시작은 5명의 청년의원들이 함께 한 ‘릴레이 5분 발언’이었다. 5·18의 당사자 주의부터 행정과 정치의 책임, 관련 단체와 기관의 부실 운영까지 여러 오월문제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허물어져 가는 5·18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청년의원들은 5·18이 다음세대에도 온전히 전승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5·18특별위원회를 제안했고, 평소 5·18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4명의 시의원이 결합해 5·18특위가 구성됐다.

5·18특위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오월의 대화’라는 이름의 시민토론회를 연 것이었다. 시민이 직접 오월문제를 상정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열어 그동안 공법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을 유지되던 오월담론의 논의구조에 변화를 꾀하고자 했으나, 시민토론회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3차례에 그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들이 생각하는 5·18의 문제점을 행정과 대중에 전달하고, 5·18행사가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드러냈으며, 무엇보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의 밀행적 진상규명활동에 제동을 건 것은 ‘오월의 대화’를 통한 소기의 성과라 할 것이다.

5·18특위는 조사위의 개별보고서 의결을 전후해 개별보고서의 공개와 시민의견수렴, 종합보고서의 교정을 위해 노력했다. 먼저 광주시, 언론, 공법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민변) 등 시민사회단체, 공법단체, 기념재단 등에 공동대응(라운드테이블)을 제안했다. 이후 라운드테이블에서 결정된 내용을 조사위에 요구하는 채널 역할을 자청했다.

그러면서 성명 발표, 언론 출연 등을 통해 조사위를 대외적으로 압박하면서 개별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민변 소속 16인의 변호사와 광주전남기자협회 조사위 보고서 검토단 소속 7인의 기자와 함께 공개된 개별보고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종합보고서의 작성시에 개별보고서의 오류를 교정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했던 여러 단위들의 애끓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발표된 진조위 최종보고서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5·18특위가 활동보고서 채택을 한 이후에도 국회를 찾았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사위가 남긴 숙제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4년에 걸친 진상규명 이후에도 여전히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한 실정이나, 서둘러 진상규명작업에 착수하기보다는 진조위의 활동 내용과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작업이 선결과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조사위가 이미 거액의 예산을 들여 활동을 마친 상황에서 “잘못됐으니 다시 해달라”라는 말만으로 또다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세금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부분이 확인됐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 보완책을 마련했으니 진상규명을 이어가 달라”고 말할 준비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숙제를 풀 수 있는 힘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며, 광주시의회 5·18특위가 하지 못한 일을 광주의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매조지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5·18특위는 광주시의 5·18정책과 사업이 시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원인을 기본조례 없이 산발적으로 제정돼 방만하게 시행되는 조례에서 찾았고, 정비 작업을 통해 11개의 조례를 통폐합해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또 민변, 여성단체연합을 5·18성폭력피해자들과 연결해 보상과 소송절차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5·18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고 전남, 제주 등 국가 폭력의 역사를 가진 지역의 의회들을 묶어 상시적 협력체계(민주평화벨트)를 구축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한 ‘헌법수록 침묵시위’ 이후 유족회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5·18을 지키고자 매순간 용기를 내어 말하고 행동했으나, 받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는 못했음이 부끄럽다. 그렇기에 제45주년 5·18기념식에서는 헌법에 수록된 5·18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남은 힘과 시간을 들여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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