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극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색깔을 갖고 나아갈 것인지에 중점을 둘 생각이에요. 극단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난 17일 만난 원광연 광주시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은 임기 내 시립극단만의 차별성 확립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원 감독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연출가이자 작가다. 전남대 재학 시절인 1993년과 1995년에는 그가 쓴 희곡이 전국대학생연극제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광주연극협회에서 약 17년간 이사·감사부터 부회장, 회장직까지 수행하며 현장에서의 경험 또한 두루 갖추고 있다.

줄곧 지역 연극계에 몸담아 왔기에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는 게 원 감독의 이야기다.

“2012년 시립극단 재창단 때부터 시작해서 운영위원으로서 오랜 시간 지켜봐 왔기 때문에 지역 연극인들이 극단에 갖는 염원이나 기대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4년 동안 예술감독 공석 체제로 운영돼 온 시립극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고유한 색채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가 취임작으로 선택한 창작희곡 연극 ‘양림’은 각별하다. 2022년 낭독극 형식의 쇼케이스 공연이 스토리 전달에 집중했다면 오는 11월 본공연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광주만이 지닌 기질 내지는 장소에 관한 것들이 충분히 묻어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일 예정입니다. 양림동 사람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민주·인권·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인물들의 ‘선택’이 극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 시기까지 양림에 살았던 사람들이 곧 광주 전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주제는 지역 브랜드 공연으로서의 가치 또한 지닙니다.”

원 감독은 극단 내 인적구성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품마다 배우를 뽑는 기존 작품제 방식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운영되는 시즌배우제 등을 고려하고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 배우들이 극단에서 약 10개월간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고, 또 배운 것들을 단체에 다시 돌아가서 펼쳐내고요. 광주 연극인들과 함께 상생·협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역 연극 발전’과 ‘시민 문화 향유’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광주시립극단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역 관립극단으로서 공공재를 통해 만들어진 양질의 공연이 더욱 많은 시민들에게 선보여지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명작공연을 올리거나 창·제작 레퍼토리 등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찾아가는 연극이나 SNS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로 관객들과 상시로 만날 수 있도록 소통에도 힘쓰고자 합니다. 지역 배우들과 화합하며 광주 연극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 속에 머물며 사랑받는 광주시립극단이 될 수 있도록요.”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