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부역자로 몰려 사망한 모녀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21일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A씨의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상속 지분에 따라 국가가 각각 400여만-1억7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1951년 2월13일 영광군 홍농면에서 딸과 함께 군경에 의해 숨졌다. 이들은 A씨의 남편이 받은 부역 혐의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A씨 모녀에 대해 ‘영광군 보도연맹 관련 희생자’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다만, 제적등본에 A씨의 사망일이 실제보다 한참 후로 기재됐고 함께 숨진 둘째 딸은 등본에 등재조차 되지 않아 원고들은 피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망일이 다르게 기재된 것은 A씨가 부역 혐의자로 살해된 사실이 알려지면 유족이 핍박받을 우려가 있어 뒤늦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함께 사망한 둘째 딸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적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증언한 참고인의 진술이 진실 규명 결정과 다르지 않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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