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육 전남도 문화융성국장

걱정이다. 최근 전남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특정 지역의 의사 표현이 도를 넘고 있다. 전남의대 유치는 30년을 넘게 추진해 온 지역의 오랜 숙원이다. 이 문제가 지난 3월14일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건의에 “전남도가 어느 대학에 할건지 의견 수렴을 해서 알려 주면 추진 하겠다”는 대통령의 답변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지역간 과열 경쟁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모양새다.

전남도가 대학 선정 방식을 공모로 정하기로 한 데 대한 특정 대학의 반발에 지역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갈등 양상은 더 확산하고 있다. 전남도가 공모 진행을 위해 설립방식선정위원회 구성에 착수하자 급기야 순천시가 공모 불참을 선언하고 교육부에 순천대 의대 유치를 독자적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혀 혼란을 더했다. 대통령의 대학 추천 요구를 받은 전남도에 의대 추천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던 순천시가 의대 유치 방법을 결정한다니 의아할 따름이다. 자기 지역으로 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의사를 표현하고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표현의 방법과 정도다. 무조건이다. 민주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할 절차와 합리적 툴이 집단주의에 밀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공모에 반대하는 대학의 불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021년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연구 용역 결과 중 서부권의 편익 분석 항목의 일부 통계와 기준 적용이 잘못됐고, 그래서 이번 용역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남도가 수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2021년 용역은 의과대학 장소를 정하는 목적이 아니다. 정부에 전남의 의료 취약성을 설명하고 도내 어느 지역에 의과대학을 설립해도 타당성이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공모에서는 지난 용역 결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공모에 참여해 이런 부분을 함께 살피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도청 등 주요 기관이 과거 정치권의 입김으로 서부권에 많이 있으니 이번 의과대학은 전략적으로 동부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지역을 갈라치기 하는 심히 우려스러운 행태다. 의과대학 유치를 경쟁하고 있는 서부권에서 수긍할 수 있을까? 대안 없이 공모를 반대하고 불안감을 높이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공모에 참여하면 의과대학이 서부권으로 가는걸까? 의과대학이 동부권에 꼭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 많은 명분이 지극히 염려 수준의 이런 이유에 못 미치는 것이었을까? 동부권 의대 유치 문제는 순천시와 순천대학이 결정할 사안이 분명 아니다. 안타깝다.

정부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담화를 통해 전남의대 설립 절차를 제시했다. 그 절차를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를 고집해 의과대학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도민들의 생명권이 담보된 일이다. 좀 더 차분해지자. 냉정해지자.

전남 2곳에 의과대학을 동시에 유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도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요구대로 ‘한 곳을 정해 추천’해야 하고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파이 나누기’를 피할 수 없는 시점이다. 전남 국립의과대학이라는 파이를 나눠 가질 권리가 양 대학에만 있지 않다.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고통받으며 30년을 기다려온 전남 도민들의 권리가 더 크고 소중하다. 그동안 한 목소리로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똘똘 뭉쳤던 도민들을 기억하자. 양 대학이 소재한 지역에 매몰되지 말고 전남 도민들의 열망을 생각하자.

최근에도 정부 관계 부처 역시 국회 답변을 통해 전남도의 신속한 대학 추천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양 대학이 공모에 참여하고 선의의 경쟁으로 최적안을 도출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로 지역 갈등을 조장해 도민을 기망하면 안된다.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6년 전남도 국립의대 신규 입학 정원을 받아내기 위해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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