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꿈 많던 시절’ 앞에 선 임현채 작가.

임현채 작가의 그림에선 따스한 옛 기억들이 피어오른다.

해질녘 노을을 배경으로 한 초록 대문엔 작가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손때 묻은 인형에는 애틋한 감정이 묻어난다. 작품 ‘꿈 많던 시절’ 속 요소 하나하나에는 묵직하지만 경쾌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임현채 작가의 초대전 ‘함께 가는 거야’가 오는 28일까지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풍선을 소재로 하거나 일상 속 사물을 담아낸 회화 등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 속 풍선은 바람이 그득하게 채워진 상태가 아닌 어딘가에서 바람이 새나가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자체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풍선은 기본적으로 ‘희망’을 상징하잖아요. 바람이 살짝 빠져나간 풍선이야말로 편안하면서도 어딘가에 내려앉기 적절해 보였어요.”

자신보다 몇 배는 더 커보이는 풍선에 매달리거나 여기에 기대선 인형들에도 눈길이 간다. 머리 위로는 행운을 상징하는 세잎클로버가 솟아나 있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담긴 옛 공간에서 작가가 간직한 보물 같은 순간들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집터나 건물 옥상 등 ‘공간’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작가는 오래된 집들이 갖는 구조나 특징을 가져와 자신만의 결과물로 재창조해낸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나 넓은 해변 가운데 오래된 고목이 뒤엉켜 있는 모습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작가만의 이야기로 표현됐다.

“작업을 하다보면 그때의 기억을 끌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공간에 새겨진 어떤 향수 같은 것들을 작품 속에 아로새기는 거죠. 풍선을 잡아 끌거나 팽팽하게 늘어난 줄은 벅차하면서도 어딘가에 기대고 있는 제 삶을 반영하기도 해요.”

얼핏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사물을 통해 작가는 삶의 소중한 순간, 기쁘게 버텨나가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이는 그만큼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뿜어낸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작품 속 이야기들은 제 일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보물 같은 순간들을 상기하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전시를 기획한 문희영 예술공간집 관장은 “삶의 무게에 대해 고민하던 지점 그리고 작품 속 서로 다른 상징물들이 분리됐다가 서로 합쳐지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임현채 작가의 작품은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세심하면서도 일상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작품은 우리에게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안겨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