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전남도립대 교양학부·문학평론가

요사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통령에 대한 시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하듯‘더 베스트 오브 비츠 앤 피이시즈(The best of bits & peaces)’에 소개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의 병사 관련 일화가 회자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링컨은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인물로서, 노예해방과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등 세계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집안이 가난했던 까닭에 별다른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수 킬로미터 떨어진 친구 집에서 책을 빌려다 읽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청년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링컨은 주로 점원과 선원으로 일하면서 주경야독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사회에서 추앙받는 ‘스타 변호사’로 발돋움했다. 남들처럼 학연과 지연, 혈연이 변변찮았던 그를 키워낸 원천은 정직함과 공정성이었다. 그의 인간적 성정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링컨은 휴머니즘적 삶과 배려의 정치로 만인이 존경하는 세계적 위인이 됐다.

그렇다. 존경받는 삶을 산다는 건 쉽잖은 일이다. 존경심은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오직 진정성 있는 인품과 자기희생에 의해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링컨 대통령과 병사 이야기’ 일화의 회자로 사이버 공간이 뜨겁다.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얘기지만, 접할 때마다 늘 새로운 감동이다. 일화를 간략 하자면 이렇다.

링컨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총상으로 입원한 병사들을 찾아 위로하곤 했다. 한 번은 죽음 직전의 병사와 대면했다. 링컨은 물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겠소?” 병사는 대통령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간신히 입을 뗐다. “저의 어머니께 편지 한 통만 써 주시겠어요?” 펜과 종이가 준비되자, 대통령은 정성스럽게 젊은이의 말을 받아 적었다.

“보고 싶은 어머니, 저는 저의 의무를 다하던 중에 심하게 부상했습니다. 아무래도 회복되지 못할 것 같군요. 제가 먼저 떠나더라도 저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동생 존과 메리에게도 저 대신 입을 맞춰 주시고요. 하나님께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축복해 주시기를 빌겠어요.”

병사는 기력이 없어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편지글을 마친 링컨은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의 아들을 위해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 편지를 대필했습니다.”

병사는 그 편지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편지를 대신 써준 사람이 누군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 “당신이…, 정말로 대통령이신가요?” 링컨이 조용히 답했다. “그렇소. 내가 대통령이오.”

링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는가를 그에게 물었다. 병사가 말했다. “제 손을 잡아 주시겠습니까? 그러면 편안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링컨은 병사의 손을 꼭 잡고 숨을 거둘 때까지 따뜻한 용기의 말들을 나직이 건넸다. 일국의 대통령이 일개 병사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쉽잖은 일인데, 병사의 죽음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본 링컨의 인간적인 모습은 저절로 존경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 아침, 이미 알려진 링컨의 일화를 재소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존경심은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말하고 싶어서다. 솔직히 다른 건 조금도 샘나지 않은데, ‘링컨 보유국’인 미국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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