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안 부산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8월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권 그린벨트를 풀어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서울에 1만 가구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덧붙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위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이 국가생존 여부를 장기적으로 결정할 중요한 변수임은 사실이다. 저출생 현상을 수도권의 추가 집중으로 해결하겠다는 인식은 대단히 본말을 전도하고 있으며, 저출생 원인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지 않다.

서울 등 수도권은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주요 대상지였고, 그동안 수 백만 호의 주택들을 공급받아 왔다.

이러한 대규모의 주택공급 물량공세에도 2023년 시·도별 합계출생율에서 서울은 0.55명으로 전국 0.72명보다 매우 낮다.

수도권 일극체제의 강화는 수도권과 지역 거점간 경제·문화·교통·교육 등에서 격차를 더욱 확대하게 된다. 아울러 지역에서 구도심의 쇠락과 신도심에서 수도권으로 주 소비층의 이동을 초래할 수 있다. 수도권 등 우리나라의 낮은 출생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미봉책에 불과한 주택공급 등 수도권으로 일극 체제 추구보다는 산업활동과 국가 행정조직을 다수의 지역거점 중심으로 점차 재배치해야 한다. 광역시 단위와 기초자치단체에 지역거점을 구축하고 지역내 하위 거점들과 사회문화·교육·교통·의료 등의 긴밀한 연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역 대도시들은 도시공간의 재배치, 신도심의 형성 등으로 구도심의 침체, 인구의 전출과 감소, 구도심 지역의 고령화 가속 등 역동적 변화를 겪고 있다.

새로운 중심상가 지역은 초고도의 상업시설과 주거시설들을 중심으로 젊고 활기찬 소비층을 빨아들이는 한편 초고도화된 공간구조로 효율적 교통과 상업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에 반해 구 도심권은 상수도와 도로 등 인프라의 낙후화, 주요 소비 층의 전출, 고령화, 상권의 급격한 축소에 따라 지역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된다.

광주시의 2023년 신생아 등록(행정안전부 자료)을 보면, 시 전체로 6천246명인데 구도심인 동구에서 544명인데 반해, 북구 1천865명, 광산구 1천947명, 서구 1천36명으로 구도심에서 주 소비층의 상대적 위축을 볼 수 있다. 순천은 더욱 명료하게 공간적 변화와 상권의 변화를 보인다. 2023년 순천시 출생아 수는 1천409명인데 승주읍에서 1명, 월등면 1명인데 신대출장소에서 365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지역내 구도심과 신도심의 인구이동과 상권이동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부산에서 2023년 출생아수는 1만3천172명인데 구도심인 중구 73명이지만 해운대구 1천424명 부산진구 1천638명 등 격차를 보인다.

서울권 그린벨트의 해제와 아파트 대단지 건설은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편 지역 거점도시내 상권의 위축과 주 소비층의 수도권으로 전출을 확대할 수 있으며, 지역소멸을 더 부채질할 것이다. 지역내 하위 지역단위에서 출생아수 1명 등 지역소멸을 실제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에서 사회·문화·교육·교통·의료의 다양한 유기적 연계를 가능하도록 지역 거점과 하위 지역단위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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