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금)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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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무안군의회 의원들이 광주시장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군공항 이전 대상지로 무안을 확정하고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행위는 ‘무안군 자치권을 훼손하는 초법적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행위를 계속하면 군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이전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의회가 발신했다.
결의문 채택은 감정싸움의 증표다. 최근 광주시는 무안사람들 생각은 아랑곳 않고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광산구와 서구민 대상 이전 설명회 개최, 연말까지 이전 마지노선 설정, 플랜 B, 전남도 행태를 함흥차사로 비유한 발언, 광주시가 요청한 공항도시 무안 비전 토론회 개최 계획 등이 무안사람들 분노를 유발시킨 결과다.
군공항이 이전하려면 중요한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이다. 그다음은 주민투표로 이전 후보지를 확정하는 단계다. 현재 무안은 예비 이전 후보지도 아니다. 그런데 광주시는 무안을 이전 후보지로 못 박고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무안사람들은 광주시가 매우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안사람들 감정선(線)을 건드리는 상황이 됐다. 왜 광주시는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못할까.
다시 데이비드 흄의 주장을 인용해 보자. ‘당신 옥수수는 오늘 익고 내 옥수수는 내일 익는다. 오늘 내가 당신의 수확을 도와주고 내일 당신이 나를 도와주면 서로가 좋다. 하지만 당신이 내일 안 도와주면 나만 손해이기 때문에 오늘 당신을 도울 수가 없다. 내가 안 도와줬는데 당신이 나를 도와줄 리가 없다. 겨울이 닥치면 우리 모두 옥수수를 수확하지 못한다.’ 개인들 사이의 협력과 신뢰를 예증할 때 자주 인용되는 글귀다.
전술한 ‘옥수수 농부의 비극’ 핵심은 협력과 신뢰다. 인간은 제한된 수준의 관용, 즉 이타적 덕성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호호혜적인 이익이 예상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 이익을 위해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로 협력할 때 유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민간공항과 군공항의 무안 이전도 마찬가지다. 광주와 무안에 상호호혜적일까.
무안 입장에서 보면, 호혜적 혜택은 크지 않다. 김해국제공항 주변에 항공관련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는가. 아니다. 김해국제공항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가. 아니다. 김해국제공항 사례를 보면, 이를 추정할 수 있다. 우리 동네에 반듯한 국제공항이 있고, 우리 동네가 서남권의 국제적 관문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 말고 실익은 별로 없다.
군공항 무안 이전은 어떤가. 군공항이 무안에 되돌려주는 직접적인 혜택과 이익은 거의 없다. 있다면 소음 피해뿐이다. 무안군민들이 군공항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밀어붙이는 강 시장 행태에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산 비행기 시험 비행이 자주 행해지는 KAI가 위치한 사천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와 무안에 상호호혜적인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 광주는 혜택을 누리지만 무안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공항 무안 이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비드 흄이 말한 것처럼, ‘상호호혜적인 행동이라도 그것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상대의 관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무안군민들이 관용을 베풀기를 기대하려면, 광주시는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밀어붙이기가 아닌 감성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무안사람들이 이타적 덕성에 충만해 관용을 베풀기를 기대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딱히 없다.
필자는 그동안 전투 비행기 소음 피해에 둔감했다. 군공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이 신창동에 있다. 군공항 무안 이전으로 그곳 사람들이 겪을 소음 고통을 헤아려 본다면, 광주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감성적 신뢰를 쌓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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