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순 송원대학교 미용예술학과 교수

사전적으로 매우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커다란 물결을 의미하는 ‘질풍노도(疾風怒濤)’는 비단 사춘기 시절의 불안정한 심리와 정서 상태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우리 미용인의 기나긴 미용 인생과 견주어도 무방할 것이다. 미용인을 포함한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다. 자신이 잘났다고 우쭐대거나 안하무인(眼下無人) 혹은 독불장군(獨不將軍)처럼 군림하려는 인간들도 주위에 간혹 존재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유약한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즉 인간은 나태해지면서 자신을 돌보거나 챙기지 않는 순간 곧장 유혹의 나락으로 빠지는 연약한 존재이다. 마약, 알콜, 섹스, 게임, 주식과 같이 특정 분야에 쉽게 몰입하고 중독되는 사람이 타인과 견줘 유달리 부족하거나 미련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그만큼 나약하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나약한 의지와 내면세계를 지탱해 주고 강하게 붙잡아 주게 하는 존재가 신앙생활 즉 종교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악(惡)을 멀리하고 선(善)을 따르면서 천국이나 열반의 세계에 가고자 하는 지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천주교(Catholic), 개신교(Protestant), 불교(佛敎), 무속(巫俗)신앙, 이슬람교(Islam)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그만큼 개인의 자유와 의지에 따라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다양하다.

미용업에 갓 입문해 기술을 익히는 수련단계부터 프로 미용인의 반열에 올라선 이후에도 미용 인생이 마냥 꽃길을 걷는다거나 탄탄대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굴곡 많은 질풍노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고객 응대에서 발생하는 온갖 정신적 스트레스, 직원 간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트러블, 변화무쌍한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직무 심리 추이에 따라 미용인의 의지나 마음가짐은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나약해진다. 이때 구세주와 같이 미용인의 흔들리는 나약한 정신세계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이끌어 주는 존재가 바로 신앙생활이다. 하지만 미용인이 신앙생활을 지속적 영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다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가령 헤어살롱이나 웨딩숍은 평일보다 주말에 많게는 2배 안팎으로 매출이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매주 정기적으로 미사나 예배에 참례하려면 개인적 업무시간의 조절이 불가피하게 된다. 천주교 신자인 필자는 현업에 종사할 적에 주일미사참례를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새벽 4시30분에 시계 알람을 맞추면서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만약 신심의 피로와 현실적 안주를 핑계로 ‘안락의 늪’ 속에서 미사참례를 빠졌다면 필자 역시 냉담자가 되지 말라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미용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고충, 정신적 스트레스, 직업상 매너리즘(mannerism)과 같은 직무 심리상 부정적 위해요인은 차분하고 내실 있는 신앙생활을 통해 미용인의 내면을 정화 시키고 마음의 근육을 튼실히 만듦으로써 장수하는 미용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몇 달 전 필자의 뇌리에 신선한 충격을 준 신경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Viktor Emil Frankl)의 ‘로고테라피(logotherapy)’는 실존분석에 근거하여 인간의 삶 속의 ‘의미(뜻)’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속한 성당의 주임 신부님께서는 번잡한 인간 일상에서 정리와 정화를 위해 ‘멈춤(stop)’을 강조하신다. 멈춤 속에서 자아 성찰과 일상의 번뇌, 갈등, 문제해결 등을 위한 신선한 정신적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다. 미국의 개신교 신학자인 칼 폴 라인홀드 니부어(Karl Paul Reinhold Niebuhr)는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에서 “신이시여! 바라옵건데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라 했다. 이 기도문처럼 내적으로 냉정과 평온 그리고 굳건한 의지를 지니면서 본인만의 특화된 미용 기술을 창출해 나간다면 역량 있고 성공한 미용인으로 오래 남게 될 것이라 갈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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