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양곡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수용할 지 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며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을 향한 민주당의 특검법 공포 압박은 국정 초토화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탄압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덕수 권한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공포를 미루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읽힌다. 2개 특검법의 공포 및 재의요구 시한은 내년 1월1일이다.

박 원내대표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는 결국 내란 특검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며 “특검이 수사하고 기소해 사태를 수습하는 게 최선이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기 문란 중대범죄 의혹인 ‘명태균-김건희 국정농단’, 공천개입, 주가조작 등도 (특검) 수사를 거부하거나 늦출 이유가 없다”며 “즉시 (특검법 공포를) 실행하기를 바라고, 이행하지 않으면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역시 24일까지 마칠 것을 요구했다. 비상계엄 사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은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놓고 한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질문에 “국정 안정과 내란 진압이 충돌하면 후자가 우선”이라며 “총리가 탄핵돼도 후순위(국무위원)가 직무대행을 하도록 돼 있어서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 특검법에 대해 “경찰, 검찰, 공수처, 상설특검, 일반특검까지 5개 기관이 수사하면 과열된 수사 경쟁을 부추긴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이 바라는 건 엄정한 진상 규명이지, 수사상 혼선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진상 규명보다 권력기관 간 충성 경쟁을 부추기는 데 집중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권 권한대행은 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명백한 데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권 권한대행은 “사실상 정부·여당에 대한 특검”이라며 “야당 추천 특검이 정부·여당의 15개 사건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특검 폭거”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 명씨와 강혜경씨의 일방적 주장들에 근거해 국민의힘 인사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수사하고 당사를 수시로 압수수색하겠다는 속셈”이라며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탄압성 특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향해 ‘탄핵’을 거론하며 특검법 공포를 압박하는 데 대해 “민주당이 ‘응분의 대가’, ‘크리스마스 중 탄핵 결정’ 등 협박성 발언을 쏟아낸다”며 “사실상 국정 초토화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정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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