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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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낯설지만 무언가 반가운 기대를 하게 한다. 혼란한 세상일수록 잘되길 바라는 덕담이 소중하게 느껴지며 특히 반가운 분으로부터 다정함과 긍정성을 담은 덕담이라면 금상첨화이다.
덕담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복’ 이다. 하지만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복 받으세요’ 보다는 ‘좋은 복을 지어가세요’가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인간은 복이라는 말에 쉽게 유혹받고 약해지기에 오복 즉 수(壽), 부(福),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에 대한 바람을 갖는다. 특히 나이 들수록 편안히 삶을 마무리하는 고종명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늘 결핍과 결여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모든 복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과 선택을 이어가지만, 죽음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집단적인 황망한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아름다운 고종명을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필자는 철학 공부를 좋아했던 지인과 대학 제자를 포함해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인간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삶 속에서 생겨나는 분노, 미움, 증오와 한을 해소하고 서로 잘되도록 하는 해원상생(解 相生)의 철학적 자정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반가운 분끼리 나누는 말에는 친절함과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거나 ‘말이 씨앗이 된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
최근에 필자는 Cafe Philosophia(지도: 성진기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에서 학습한 책 중 켈리 하딩의 <다정함의 과학>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많은 환자의 사례를 연구해 개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 외에 다정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친절, 우정, 사랑, 존엄, 가족과 이웃 및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 일과 인간관계에서의 긍정적인 경험 등에 대한 고려를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건강을 위해 긍정과 다정함이 깃든 정서적 말로 적대시하고 편 가르는 사회를 지양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하게 된다.
뇌과학적으로 정서적 정보를 지닌 말은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전두엽의 앞쪽 전전두엽은 집중력, 판단력 등 이성을 관장한다. 반면, 측두엽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뇌섬엽과 뇌 중심부에 있는 편도체는 공포나 화, 혐오감 등 감정과 관련된 정서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긍정적인 특성을 갖는 사람은 부정적 말을 들어도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돼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 특성을 갖는 사람은 부정적인 말에 편도체와 뇌섬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위한 다정하고 긍정적인 말을 듣고, 배우고, 말하는 사회 환경적 정서 훈련이 요청되고 있다.
언어는 좌뇌의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 그리고 우뇌의 상호작용으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성장단계의 인지작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좌뇌의 베르니케 영역은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단어의 소리와 단어가 나타내는 사람, 장소, 사물 사이의 관련성을 저장하는 사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브로카 영역은 계획, 순서, 논리, 규범, 학습, 추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에 위치해서 문법적인 언어를 생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뇌는 언어의 감정적 운율(강약, 장단, 고저, 리듬)을 담당하므로, 다정한 말은 언어적 신경망의 조화에 의한 이성과 감성의 소통이다.
인간은 말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감정을 주고받고,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품는다. 또한 뇌는 말의 내용에 따라 뇌가소성의 긍정성과 활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우주, 철학, 예술, 사회, 과학, 역사 등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정서적 말을 배우고 사유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새해의 여운이 가득한 지금, 우리가 경험한 다정하고 긍정적인 말을 나누면서 충만한 뇌의 긍정 에너지로 관용과 배려를 실천하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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