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불산 자락 120㏊에 달하는 4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숲 속에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조성됐다.

편백나무 숲을 찾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진다. 편백숲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편백나무 군락에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들고 편백나무를 활용한 휴양시설이 늘어난다. 전남 장흥 억불산 자락 편백나무 군락지에 만들어진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과 함께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편백나무 휴양지이다.

오늘은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편백숲길을 걷다가 말레길을 따라 억불산 정상까지 오를 계획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매표소를 통과하자 정면에 억불산이 솟아있다. 억불산의 상징인 며느리바위도 우뚝 서있다. 정상 부위에 솟아있는 바위들이 억 개의 부처 같이 보인다해 억불산(億佛山)이라 불렀다는 산답다. 정상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바위들로 암릉을 이뤘지만 아래쪽은 울창한 숲이 형성돼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매표소 근처에서 본 억불산. 정상 부위에 솟아있는 바위들이 억 개의 부처 같이 보인다하여 억불산이라 불렀다. 억불산의 상징인 며느리바위도 우뚝 서있다.

억불산 숲은 위쪽은 활엽수림이, 아래쪽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자리했다. 억불산 자락 120㏊에 달하는 4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숲 속에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조성됐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친환경 자재로 건축된 생태건축체험장과 목재문화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치유와 휴식의 장인 치유의 숲, 천일염과 편백나무로만 구성된 온열 치유시설인 편백소금집, 다양한 난대수종을 관찰할 수 있는 난대자생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편백나무 숲속에 들어서니 청정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싸준다. 그윽한 편백나무 향기는 세상사에 찌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씻어준다. 편백나무숲길을 걸으며 산림욕을 한다. 울창하게 들어찬 편백나무들 사이로 밝은 햇살이 스며든다. 가느다랗게 뻗어온 햇살이 따스한 기운을 전해준다. 편백나무는 나무에 함유된 피톤치드가 건강에 좋아 가구제작은 물론 건물내부 벽체에도 많이 사용된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의 여러 시설을 지나 억불산 말레길로 접어든다. 말레길은 억불산 정상까지 목재 데크로 이뤄져있다. ‘말레’는 마루의 전라도 방언이다. 장흥지역에서는 한옥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인 대청마루를 ‘말레’라 한다.

억불산 말레길은 완만하게 산비탈을 돌고 돌아간다. 편백나무 숲 가운데로 난 말레길은 급경사를 이룬 억불산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편백숲 울창한 길을 걷다가 너덜지대를 만난다. 억불산 정상 주변에 있는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들이 곳곳에 너덜을 만들었다. 너덜에 도착하니 북쪽으로 전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전망대에 서니 장흥읍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읍내에는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은 넓은 들판을 이뤘다. 장흥읍은 북쪽에서 수인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수인산 뒤쪽에서는 영암 월출산이 아름답게 솟아있다. 제암산과 사자산은 장흥읍의 동쪽에서 독특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산과 들판, 고을이 어울린 모습이 정답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활엽수 위주의 숲이 형성돼 있다. 진녹색을 띤 편백나무들은 겨울철에도 청신한 기운을 띠지만, 잎을 모두 떨군 활엽수림은 깊은 침묵에 빠져있다. 옷을 벗은 나무들은 침묵 속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낸다. 벼락바위라 부르는 커다란 바위를 만난다. 비오는 날 벼락이 칠 때면 이 바위에만 벼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벼락바위를 지나 말레길을 걷다보면 기존 등산로를 만나기도 한다. 등산로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말레길은 경사도를 최대로 줄이면서 산비탈을 지그재그로 돌아간다.

길을 걷다가 특이하게 생긴 바위를 또 만난다. 두꺼비가 먹이를 잡기위해 엎져(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엎진바위’라 부른다.

두꺼비가 먹이를 잡기위해 엎져(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엎진바위’라 부른다.

데크로 이뤄진 말레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억불산에 올랐다. 억불산 정상(518m)에 올라선 순간 사방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억불산 정상에 서서 조물주가 그려놓은 산수화를 감상한다. 장흥읍내 건물들과 주변의 넓은 들판은 아기자기하게 솟은 수인산을 등지고 있다. 장흥군 부산면 쪽에서 흘러온 탐진강이 장흥읍내를 가로지르며 흘러간다. 수인산 뒤쪽에서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불꽃이 솟아있는 것 같은 월출산과 기암절벽을 이룬 수인산이 바위산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화의 극치를 이룬다. 멀리 떨어진 무등산까지도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억불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사자산과 제암산은 장흥읍을 동쪽에서 감싸고 있다.

특히 사자산 사자두봉은 장흡읍내를 향하여 사자가 머리를 치켜들고 포효하는 형상을 띠고 있어 인상적이다. 첩첩한 산봉우리들과 산봉우리에 감싸인 들판,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이 사람들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주었다.

남쪽과 동쪽으로 펼쳐지는 다도해는 내륙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고흥반도가 길게 바다로 뻗어나가면서 수많은 산봉우리들을 솟구쳤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사이를 깊숙이 파고든 득량만이 푸르고 잔잔하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는 득량도가 떠 있다.

억불산에서 본 다도해는 내륙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고흥반도가 길게 바다로 뻗어나가면서 수많은 산봉우리들을 솟구쳤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사이를 깊숙이 파고든 득량만이 푸르고 잔잔하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는 득량도가 떠 있다.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작아진다. 눈앞에 보이는 욕망에 집착하고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분별심도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자연 앞에서는 구름처럼 사라진다. 산과 바다, 강과 들이 나의 스승이다.

억불산 정상은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뤄져 있다. 정상 부위에 산재한 바위 하나하나는 부처와 다름없다. 억불산 정상에는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 이곳 억불산 봉수대는 전일산 봉수대에서 신호를 받아 수인산 봉수대로 전달했다.

억불산 정상(518m). 억불산 정상은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뤄져 있다. 정상 부위에 산재한 바위 하나하나는 부처와 다름없다. 억불산 정상에는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

말레길은 억불산 정상에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정상에서 200m 쯤 떨어진 억불산 명물 며느리바위를 두고 그냥 갈 수 없다.

급경사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아찔한 기암절벽을 이룬 바위 앞에 며느리바위가 우뚝 서 있다. 억불산 7부 능선에 50m 높이로 돌출한 며느리바위는 아기를 업은 며느리 모양이다. 며느리바위는 장흥읍내 쪽에서도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바라보인다.

억불산 7부 능선에 50m 높이로 돌출한 며느리바위는 아기를 업은 며느리 모양이다.

며느리바위에서 데크계단을 올라와 정남진천문과학관 방향으로 난 등산로를 따른다. 산길을 따라 1.2㎞ 정도 걸어 억불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말레길을 만난다. 이후 편백나무 숲 울창한 말레길을 따라 편백숲 우드랜드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편백나무 향기가 온몸을 말끔히 씻어준 것 같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억불산과 며느리바위가 여전히 듬직하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억불산 자락 120㏊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에 조성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휴양시설이다. 정남진 편백숲길과 연계된 ‘억불산 말레길’은 우드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억불산 정상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도록 데크로 만들어진 길이다.
※코스 : 매표소→만남의 광장→목조펜션→말레길(데크길)→벼락바위→억불산 정상→며느리바위→등산로→말레길→매표소
※거리, 소요시간 : 8㎞,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주차장(장흥군 장흥읍 우드랜드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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