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84코스를 걷다보면 만덕산에서 석문산·덕룡산·주작산은 물론 해남 두륜산까지 바위산을 이룬 아기자기한 산줄기가 강진만을 바라보며 병풍처럼 펼쳐진다. 강진만 풍경도 아름답지만 절경을 이룬 내륙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진만을 둘러싸고 있는 내륙의 산세는 동쪽과 서쪽이 사뭇 다르다. 강진만 동쪽의 칠량면·대구면·마량면에 솟은 산줄기는 포근한 육산을 이루고 있지만, 강진만 서쪽의 도암면·신전면에 솟아있는 산들은 바위산이다. 특히 강진만 서쪽의 만덕산·석문산·덕룡산·주작산은 아기자기한 바위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남파랑길 84코스는 덕룡산과 주작산에 감싸인 마을과 들판,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 83코스에서는 만덕산과 석문산 자락을 따라 걸었는데, 84코스는 덕룡산과 주작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걷게 된다. 석문공원을 지나 도암면소재지에 도착하니 남파랑길 84코스 출발지점인 도암농협이 기다리고 있다. 면소재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도암면사무소와 도암문화회관을 지나 항촌마을 방향으로 들어선다.

들판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이 있는가 하면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둬놓은 무논도 있다. 물을 가둬놓은 무논에는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뤄진 덕룡산이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도암면소재지를 벗어나니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이 있는가 하면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둬놓은 무논도 있다. 물을 가둬놓은 무논에는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뤄진 덕룡산이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정면으로 항촌마을이 바라보인다.

항촌마을에는 해남윤씨 항촌파의 종가 명발당(明發堂)이 있다. 명발당은 안채와 부속채가 남아 있는데 조선후기 전통가옥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명발당에서 출생한 윤서유는 다산초당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과 학문을 나눴으며, 그의 아들 윤창모는 정약용의 제자로서 다산의 학문을 계승했다. 윤창모는 이후 정약용의 사위가 된다.

남파랑길은 항촌마을 앞을 지나 농로를 따라 이어진다. 길가에 핀 하얀 찔레꽃이 진한 향기를 전해준다. 낮은 언덕을 넘어가니 논정방조제 안쪽 간척지 들판이 바라보인다. 용흥저수지가 주변 구릉지에 감싸여있고 저수지 아래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이런 모습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덕룡산이 지켜보고 있다.

강진군 도암면과 신전면에 걸쳐있는 덕룡산(433m)과 주작산(475m)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산이다. 산은 높지 않지만 산세만큼은 1천m 높이의 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웅장하면서도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릉, 암릉과 암릉 사이에 형성된 초원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덕룡산과 주작산은 산세 자체도 빼어나지만 산 아래로 펼쳐지는 강진만과 완도의 여러 섬들을 바라보는 조망까지 즐길 수 있어 많은 등산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넓은 들판을 앞에 두고 신기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신기마을 앞에서 마을을 등지고 농로를 따라서간다. 들판너머 남서쪽에 주작산이 솟아있고, 주작산 뒤로 해남 두륜산이 고개를 내민다. 길은 간척지 들판을 지나 논정방조제로 이어진다. 도암면소재지를 출발해서 내륙 땅을 걷다가 논정방조제에 도착해서야 바다를 만났다.

논정방조제를 걸으며 강진만과 내륙의 산이 그려놓은 풍경화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내륙 가까운 갯벌에는 갓 올라온 갈대 순들이 초록색을 띠고 있다. 물이 빠지면서 점점 넓어지고 있는 갯벌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논정방조제는 바다를 막은 길이 2.6㎞에 이르는 제방이다. 방조제 위로 난 도로는 강진만해안도로의 일부가 된다. 도로가에 노랗게 피어있는 금계국이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논정방조제 앞쪽 논정갯벌에서는 예로부터 맛좋은 꼬막이 많이 잡혔다. 강진에서는 논정갯벌에서 나는 꼬막을 최고로 친다. 논정방조제를 걷다보면 꼬막을 양식하는 그물막이 종종 바라보인다.

방조제를 걷다가 도암천 하구를 넘으면 강진군 신전면 논정마을이다. 논정방조제 앞쪽 논정갯벌에서는 예로부터 맛좋은 꼬막이 많이 잡혔다. 강진에서는 논정갯벌에서 나는 꼬막을 최고로 친다. 논정방조제를 걷다보면 꼬막을 양식하는 그물막이 종종 바라보인다.

논정방조제와 도암천 하구가 만나는 곳에는 담수호가 형성됐다. 담수호 뒤에서 다가오는 풍경에 눈길을 멈춘다. 만덕산에서 석문산·덕룡산·주작산은 물론 해남 두륜산까지 바위산을 이룬 아기자기한 산줄기가 강진만을 바라보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서다. 남파랑길 84코스에서는 강진만 풍경도 아름답지만 절경을 이룬 내륙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을 따라 걸을 때는 강진만 안쪽에 자리한 가우도가 바라보이고, 강진만 한 가운데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 비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논정방조제를 넘어서자 강진만 안쪽에 자리한 가우도의 모습이 멀리 바라보인다. 강진만 한 가운데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 비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완도 상왕봉(644m)이 우뚝 서 있다. 강진만은 삼면 내륙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남쪽에 완도의 여러 섬들이 외부 바다를 가로막고 있어서 거대한 호수처럼 느껴진다.

강진만은 삼면 내륙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남쪽에 완도의 여러 섬들이 외부 바다를 가로막고 있어서 거대한 호수처럼 느껴진다.

남파랑길은 강진만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방조제를 걸을 때는 직선도로를 걸었지만 내륙해안을 따라 걸을 때는 곡선을 이룬 길을 걷는다. 바다는 내륙 안쪽을 파고들었다가 바깥으로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는 시간대라 갈수록 갯벌이 넓어진다. 갯일을 하러 나갈 때 통행하는 갯길이 갯벌 깊숙한 곳까지 나 있다.

긴 타원을 이룬 약천마을해변은 내륙으로 만입되어 넓은 갯벌과 갈대밭을 이뤘다. 서쪽에서는 해남 두륜산(703m)이 우뚝 솟아 약천마을 앞바다의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잠시 후 만나게 될 호래비섬이 지척에 와있고, 완도 본섬과 고금도 같은 섬들도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갈대밭 너머로 펼쳐지는 강진만은 느리고 고요하다.

신전면 해안도로에는 갈대밭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을 조성해놓았다. 갈대밭을 지나니 갯벌이 다시 드넓어진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을 때는 금계국이 화사한 물결로 반겨주고, 멀리서 두륜산이 늠름한 자태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해안길을 사이에 두고 강진만 갯벌과 농경지가 자리했다. 갯벌과 농경지는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 이곳 주민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갯벌 가운데로 흘러가는 갯골이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기어간다.

길을 걷다보면 왼쪽은 강진만 갯벌이, 오른쪽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과 마을이 자리했다. 갯벌과 농경지는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 이곳 주민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갯벌 가운데로 흘러가는 갯골이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기어간다. 호래비섬 근처 갯벌에서는 바지락이 생산된다. 호래비섬 근처 갯벌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육질이 튼실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육지와 1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까지 도로를 연결해 호래비섬은 ‘섬 아닌 섬’이 됐다. 호래비섬에는 사초항이 자리하고 있다. 사초항은 인근에서는 가장 큰 포구로 해양경찰서 사초출장소가 있다.

호래비섬 입구에서 남쪽으로 사내방조제가 길게 이어진다. 사내방조제 북쪽 끝에서 남파랑길 84코스가 끝난다. 방조제 밖으로는 더욱 넓어진 강진만과 완도 고금도 같은 섬들이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84코스는 덕룡산과 주작산에 감싸인 마을과 들판,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길을 걷는 내내 아기자기한 바위산을 이루고 있는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이 병풍처럼 다가오고, 강진만의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가슴에 안겨온다.
-코스 : 도암농협→항촌마을→용흥저수지→신기마을→논정방조제→사내방조제 북쪽교차로
-거리, 소요시간 : 13.7㎞,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도암농협(강진군 도암면 도암중앙로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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