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좋아했던 병일이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세상을 떠난 故 천병일씨의 형과 동생이 고인의 이름으로 영암군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19일 영암군에 따르면 천씨의 동생 형 병갑씨와 동생 병현씨는 최근 영암군청을 찾아 “고향을 좋아했던 병일이를 누군가는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했다.<사진>

고인의 장례를 치른 형제들은 살아생전 병일씨의 고향 사랑을 기억하며 고향 사람들이 고인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천씨 삼형제는 영암읍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마쳤다. 이후 각자 광주와 무안 등지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았지만, 평소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형제들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영암을 수시로 찾아 부모님의 일을 돕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눴다.

삼형제 중에서도 고인의 고향 사랑은 남달랐다. 동생 병현씨는 “작은형은 저나 큰형보다 더 자주 영암을 왔었고, 친지들도 각별히 챙겼다”고 전했다.

병헌씨는 “하늘에 있는 작은형도 우리의 결정을 기뻐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고향사랑기부금에 따른 답례품도 고향인 영암읍의 민관복지협력기구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나눔을 실천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형제의 기부는 고향에 대한 사랑을 담아 고인을 기리는 뜻깊은 방식”이라며 “기부금이 고향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사용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인 KIA 타이거즈 직원의 직장 동료인 이모씨는 최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에 “형을 생각해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다”며 50만원을 후원했다.

이씨는 “얼마 전 장례를 마치고 고인의 어머니로부터 감사의 뜻으로 소정의 돈을 받았는데, 희생자가 종종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돼 일생을 빼앗긴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려주며 기회가 되면 꼭 후원하라고 권유했었다”며 “이렇게라도 형의 마음을 기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뜻밖의 전화에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며 “단체 활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영암=나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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