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3:32
|
2024년 노벨문학상 감동과 계엄령에 의한 갈등이 교차하는 을사년 새해에 마음을 정화하면서 아름다운 미소를 나눠주는 새로운 님이 그리워진다.
새해에 카페 필로소피아(지도교수: 성진기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탄생시킨 인문둥지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기념하면서 매월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고자 해 1월에 ‘기탄잘리’를 선정했다. ‘기탄잘리(Git는 노래·anjali는 두손모아 바친다)’는 1912년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1923년 노벨문학상 수상)가 영역판의 서문을 쓰고 발표된 후 1913년에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동방(東方)의 시성(詩聖)’이라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의 작품이다.
‘기탄잘리’에는 103편의 산문시가 있는데, 아름다움과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은 님의 사랑과 선물이라는 깨달음을 토대로, 님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찬미를 경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기탄잘리’의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암울했던 일제의 식민 치하에 희망의 님이 필요했다. 1929년 3월28일 타고르가 건네준 송시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는 등촉(燈燭)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로 님의 위안을 받았다. 이 시 덕분에 우리는 늘 동방의 등불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탄잘리’는 님에 바치는 노래다. 35편에서는 님이 가야 하는 곳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에 두려움이 없이 머리를 높이 치켜둘 수 있는 곳, 앎이 자유로운 곳, 세계가 국경이라는 편협한 벽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분리 되지 않는 곳, 말이 진실 깊은 곳에서 나오는 곳, 지칠지를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뻗는 곳, 이성의 맑은 물길이 죽은 관습의 황량한 모래사막에서 길을 잃지 않는 곳, 정신이 님에 인도돼 사색과 행동의 지평을 끝없이 넓혀 가는 곳, 그런 자유의 천국에 이르도록 나의 아버지여, 내 나라가 깨어나게 하소서.”
타고르는 어린이를 좋아했고 어린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바쳤다.
그는 자본과 물질의 시대에 어른들이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고 갈등할 때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은 조약돌을 모았다가 다시 흩뜨리고 숨은 보물을 찾지도 않는 동심의 세계(60편)를 펼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삶을 그림처럼 채색하면서 살아간다. 그는 죽음이라는 작별의 길에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고 형형색색의 놀이터에서 나의 놀이를 펼쳤습니다. 이것이 나의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96편)” 한다.
타고르의 시어에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린 자식들을 잃고 아버지와 작별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명상으로 얻은 영적 체험과 깨달음이 깊이 녹여있다.
또한 갠지스강과 히말라야산맥이 있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 삶과 죽음의 희로애락에 대한 통찰력으로 얻은 창의적 시어가 ‘기탄잘리’에 담겨 있다.
창의성은 ‘몰입’과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멍때리는 명상과 같은 뇌의 기본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 되고, 우뇌 앞쪽에 있는 ‘상위측두이랑(anterior superior temporal gyrus)’이라는 곳에서 ‘아하’라고 하는 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 섬광 같은 통찰의 순간)’가 발현된다고 한다.
뇌의 기본모드 네트워크에 포함된 내측 전전두엽피질, 후대상피질, 쐐기전소엽의 안정상태 연결성 증가와 좌측 하전두회와 좌측 측두극의 활성, 직관적 처리를 위한 미상핵의 활성, 일화기억과 관련된 해마의 활성 등이 통합적으로 작용하여 언어의 창의성이 발생한다. 여기에 도파민 회로에 의한 보상 및 쾌락 시스템 그리고 기억, 인지 그리고 의미론적 통합을 유도하는 언어 네트워크가 작동하여 운율적으로 발생하는 언어가 창의적 시어이다.
창의적 시어는 감정이입을 통하여 영혼을 정화하고 기쁘게 한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오늘날 우리를 새롭게 하고, 기쁨을 주고, 신선한 생명을 채우는 님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님이 가야 하는 곳을 그리며 낭송해 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