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치유예술가

“손들어!” 은행에 강도가 총을 들고 나타났다. 고객 중 한 명이 용감하게 강도를 뒤에서 붙잡았고, 직원은 경찰서와 연결되는 비상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은행 직원들과 고객이 힘을 합쳐 2분 만에 강도를 제압하고 경찰에게 넘겼다. 알고 보니 이 은행강도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총으로 보였던 검은 비닐봉지 속에는 장난감 물총이 있었다. 며칠 전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 강도가 침입한 사건, 이 뉴스에 달린 시민들의 댓글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강도가 어디 있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 것이다. 호수에 비친 달빛 그림자 잡는 꼴 아닌가? 구속은 취소돼야 한다. 만원 한 장 도둑맞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진짜 은행을 털 생각이었다면 저런 장난감 총으로 위협했겠는가? 식곤증에 빠져있는 은행 직원들을 계몽하기 위함이었다. 이럼 되겠네요~ㅎ”


“2분 만에 끝나는 은행강도 사건이 있냐.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10원 하나 없어지지 않았다. 그냥 은행관리 잘되나 겁 좀 줬을 뿐이네. 죄가 없다. 은행강도로 몰지 마라. 강도가 아니라 은행보안을 시험한 계몽 시민이다.”


“은행의 보안시스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성 침입이고 은행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에 따라 돈을 담지 않을 것을 알고 한 행위였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고 훔친 돈도 없는데 강도라니?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기분이다!!!”


12·3 비상계엄사태 후 탄핵 법정을 지켜본 국민은 피의자 윤석열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두 시간짜리 해프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할 일이냐’는 말과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이 은행강도 사건에 빗대어 해학적인 댓글로 뻔뻔한 피의자와 내란집단을 풍자한 것이다. 진짜 총을 든 군인들을 국회에 보내서 유리창을 깨고 난입해 의원들을 체포하려 한 비상계엄사태. 두 시간 만에 제압한 용감한 시민과 국회의원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는 계엄 포고령 아래서 이런 댓글이나 가능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란 법정에서 피의자 윤석열의 거짓말은 병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피의자는 비웃기도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 실제 일어난 일과 머릿속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법정 진술은 사실과 상관없다. 오히려 법정 밖에 있는 극우들의 광기와 혐오를 부추긴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폭력으로 법원을 파괴하며 법 집행에 위협을 가하도록 조종한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도 파괴의 대상이다. 그런 법정을 지켜보며 국민은 통찰이 깃든 해학으로 답한다. 주권자는 12·3 윤석열 쿠데타의 법정을 다 보고 있다.

민주국가는 살아있는 생물체와 다름없다. 일제강점기부터 뿌리내린 대한민국의 암을 수술하는 과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수술실과 같다. 집도의 전 과정을 주권자 국민이 CCTV로 보고 있는 역사적인 수술실, 이 쿠데타를 제압한 사건과 법정기록은 우리의 역사가 될 것이고 미래에는 후손들을 구할 것이다. 1980년 5·18 광주의 역사가 2024년 12·3 비상계엄을 막아내고 우리를 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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