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보장을 위해 광주지역 장애인들이 금호고속과 광주시, 국가를 상대로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한 지 7년여 만에 승소했다. 사진은 이날 선고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와 소송에 함께한 관계자들./안재영 기자

광주지역 장애인들이 시외 고속버스 내부에 휠체어 탑승 장비가 없는 것은 차별이라며 7년여간 벌여온 법정 다툼 끝에 승리했다.

광주지법 민사14부(나경 부장판사)는 20일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등 5명의 장애인이 금호고속(현 금호익스프레스)과 광주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호익스프레스에 다음 해부터 신규 도입하는 시외버스에 대해 15년에 걸쳐 휠체어 탑승 장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전체 신규 도입 버스에 대한 연도별 탑승 장비 설치율은 2026년 5%, 2027년 8%, 2028년 15%, 2029년 20%, 2030년 35%, 2032년 50%, 2035년 75%, 2040년 100%로 정했다.

다만, 원고 측이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청구한 관련 예산 도입 등은 모두 기각했다.

선고 전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입장, 관련 법령과 판례 등에 비춰 정말 많은 고민과 고심을 했다”고 밝힌 재판부는 금호익스프레스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차별에 대한 정당 사유로 주장해 온 휠체어 탑승 장비 설치 비용 부담에 대해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피고에 대한 청구 기각 사유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하는 차별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을 꼽았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쟁점인 이 소송은 지난 2017년 12월 제기됐으나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느라 2018년 5월 첫 재판 후 2023년 3월에서야 다음 심리가 이뤄졌다.

재개 후 재판부는 실제 장애인들의 시외버스 이용 여건 등을 살피는 현장 검증을 실시했고, 지난해 12월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선고 후 소송에 함께해 온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익 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전했다.

배 활동가는 “장애인도 시외버스로 고향에 가고, 문화·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으로 시작한 소송”이라면서 “7년간 힘겨운 싸움을 벌였는데도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동행’의 이소아 변호사는 “‘우리도 버스 타고 여행가자’는 장애인에 대한 재판부의 고무적인 판단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며 “피고에게 입증 책임을 둔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한 광주시에 대한 기각 판단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민변과 동행은 원고들의 의사에 따라 끝까지 대리인으로서 함께할 것”이라며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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