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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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옷감으로 짜인 수많은 ‘새 옷’을 입고 살아간다. 명문대 학위, 대기업 직함, 고급 아파트, SNS에서의 완벽한 이미지까지,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마치 임금님이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자신이 멋지게 보인다고 굳게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대인들은 매일 아침 디지털 세계의 화려한 행진에 동참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걸음을 옮기고, 때로는 자신도 공감하지 않는 가치관과 트렌드를 따라간다. 많은 이들이 ‘임금님의 새 옷’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칭찬하는 합창에 목소리를 보탠다. 왜일까? 그것은 ‘무능하다’, ‘시대에 뒤처졌다’는 사회적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현대판 ‘임금님의 행진’이 됐다. 우리는 필터링된 현실, 각색된 일상, 편집된 자아를 전시하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어주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이건 가짜야”라고 말하지 않는 암묵적 동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화사한 표정의 셀카 뒤에 숨겨진 외로움, 화려한 여행 사진 뒤에 가려진 공허함, 성공적인 커리어 이미지 뒤에 감춰진 번아웃까지 겪으면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 모든 것을 감추며 행진을 이어간다.
이렇게 우리의 진정한 웃음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진심 어린 웃음이 아닌, 사회적 의무로서의 미소만이 남았다. 최근 등장한 ‘침묵소비’라는 현상도 이러한 사회적 피로감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사회의 끊임없는 소통과 전시에 지친 이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위안을 찾는 현상이다. 왜 한국인들의 웃음이 사라져가는 것일까?
첫째, 한국사회는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이웃과 비교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자신의 일상을 비교한다. 학벌, 연봉, 직장, 결혼, 자녀의 성적까지, 이러한 불공정한 비교는 자존감을 갉아먹고 웃음을 앗아간다.
둘째, 완벽함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OECD 자살률 1위’, ‘청년 우울증 증가’ 등의 통계가 보여주듯, 실수나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웃음은 사치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행진을 계속했듯, 우리도 취약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산다.
셋째, 진정성의 부재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모두가 전문가인 양, 행복한 척 행동하는 세상에서 진실한 소통은 희박해진다. 이런 가면 뒤에서 진정한 웃음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에서 상황을 바꾼 것은 어린아이의 순수한 목소리였다. 그 아이는 사회적 규범과 암묵적 동의에 구속되지 않았기에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순수함과 용기가 아닐까?
웃음을 되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할지 모른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처럼, 우리는 때로 자신의 민낯을 인정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웃음이 돌아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디지털AI 환경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쫓고 있는 것들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보이지 않는 허상인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지 되돌아보자.
지위, 학벌, 재산 같은 외적 가치가 아닌 내면의 충만함과 진실한 관계에서 오는 기쁨을 되찾을 때, 비로소 우리는 동화 속 아이처럼 순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내 안의 아이와 가슴속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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