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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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전역에서 꽃축제가 줄줄이 막이 오른다. 매화는 미처 다 개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10도 이상의 기온을 충족해야 하는 벚꽃은 다를 게다. 활짝 만개하기까지 열흘여 남았다.
지난 겨울은 길고 힘들었다. 이상기후에 따른 북극 한파가 참 매서웠다. 엊그제도 큰 눈이 내렸다. 영하의 추위에 함박눈이 강풍과 함께 제법 요란했다.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절기 춘분(春分)을 이틀 앞두고서다.
축제마저 미루게 만든 심술궂은 날씨다. 그래도 숱하게 시련을 견디어 수많은 꽃은 앞다퉈 피고 있다. 완전한 봄이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지자체나 특수를 고대하지만 상인들의 우려가 여전하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돈이 사라지고 있다.
폭싹 울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다. 일찌감치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도 넘겼는데 지금이 더욱 힘겹다. 대출금도 갚지 못하고 빚에 휘둘리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일상을 마주했던 옆집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전남 자영업자 수는 최근 두 달 새 5천명 줄었다. 전국적으론 550만명으로 20만명 이상 급감했다. 엔데믹을 앞둔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다. 경제가 고도화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한 영향도 있으나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내 정치 혼란이 계속되고 미국발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GDP가 3만 달러대로 OECD 선진국 반열에 올랐대도 예사롭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총부채 규모가 6천222조원에 달했다. 기업 2천798조원, 가계 2천283조원, 정부부채 1천141조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여러 기관에서 공히 1% 정체를 예상한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주식은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았다. 금융시장이 출렁이며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이 미치고 있다. 초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정말 이대로 침몰하는 것인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두 동강이 났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 극단의 분열이다. 깨부수고, 처단하고, 공공연한 살인 예고까지. 법원을 습격한 무리들은 범죄를 부정한다. 제 스스로 ‘애국자’라는 궤변이다. 임진왜란의 의병, 6·25 전쟁의 학도병이라 추켜세운다.
정치권은 도리어 혼란에 동조하고 부채질한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대통령은 개선장군인 양 당당하다. 극렬 지지자들을 다독일 뿐 국민 앞에 사죄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변화무쌍한 자연을 마주하고 있다. 무척 변덕스럽다. 수일 새 영하권에서 20도 안팎 널뛰기다. 눈꽃으로 설국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눈녹은 가지가지마다 꽃망울을 금방이라도 터트릴 듯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임박했다. 변론이 종결된 이후 절차적 쟁점을 다투면서 선고 일정이 다소 미뤄졌지만 전원일치로 결론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은 흠결도 남기지 않으려 평의를 계속하며 결정문 작성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에 하나까지 불복의 빌미를 만들면 안되는 준엄함 때문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봄꽃도 아무리 화려한들 피고 나면 또 지는 게 이치다. 그러나 권력의 무상이야 또 열흘 붉지 못하는 꽃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민심이 돌아서면 단 하루를 못 버티는 까닭이다.
12월3일 밤의 계엄은 계몽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들은 무지하지 않다. ‘이러다 망하겠구나’. 지난 주말, 봄마중 나선 길에 들른 한 식당 내 TV에 시선들이 꽂혀 있었다. 무심코 내뱉은 한 어르신의 탄식이 다시 들린다.
국가의 운명이 바람 앞 등불 신세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을 공격했다. 나라가 어지럽고 서민의 삶이 무너졌다.
그토록 유난했던 겨울도 끝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시나브로 봄이 온다. 포근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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