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화) 06:02
|
특히 한 아이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지막이 한마디 하던 순간은 잊지 못한다.
“선생님, 이 책을 읽고 나니 제 마음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두고두고 생각나는지. 그 아이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읽은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과 스스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는 것, 그게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접한다. 긴 문장을 힘들어하고, 생각하고 사유하기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떤 아이는 책 속에서 울고, 웃고, 위로받는다. 여전히 한 권의 책은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세상을 보는 창을 만들어 준다.
지금 학교와 아이들은 빠른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하다.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고교학점제, 새로운 대입제도 등 변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미래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들 열심이다. 그러나 바로 그 중심에 ‘생각하는 힘’, ‘사람을 이해하는 감수성’, ‘깊이 있는 배움’이 없다면, 그 변화는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 본질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바로 ‘독서’이다. 미래가 아무리 빨라지고 변한다고 해도 독서의 위력은 더욱 강해지고 절대로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서를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사유와 소통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넘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순간, 독서는 함께 사유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즉, 공동체적 독서를 통해 깊은 사유와 배움, 감수성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소통하는 공동체적 독서는 책 속 이야기와 인물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 가치관, 경험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특히 다문화, 소수자, 역사적 사건 등 다양한 주제로 한 책을 함께 읽을 때, 단절된 현실의 벽을 넘어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나만의 독서’가 아닌 ‘우리의 독서’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학교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관계가 깊어지고, 지역사회에서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책 축제 등을 통해 마을이 교육의 장이 된다. 책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교육 공동체는 ‘아이를 키우는 건 마을 전체’라는 철학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혼자 읽는 독서를 넘어, 함께 읽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단지 문해력과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나눈 생각은, 교실을 달라지게 하고, 친구 사이를 가까워지게 하며, 아이의 마음을 성장하게 만든다. 공동체적 독서는 그저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정보보다 더 깊은 이해이며, 더 많은 콘텐츠보다 더 진심 어린 소통이다. 그 출발은 바로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적 독서에서 시작된다.
“선생님, 제 마음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변화는 아주 작았지만, 분명히 시작이었다. 그 아이에게, 그 수업에, 그리고 나에게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해본다.
“얘들아, 오늘은 이 책을 같이 읽어보자. 너희들의 마음은 오늘, 어디쯤 닿게 될까? 우리 함께 하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