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림 ㈜리얼프로텍 대표이사

요즘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면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된 프로필 사진(프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따뜻한 색감과 감성적인 분위기, 자연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지브리 특유의 화풍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진을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꾸는 이 기술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감성과 자기표현이 결합한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색감과 몽환적인 이미지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손으로 그린 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은 복잡한 현대 사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작은 피난처가 되어준다.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경험은 일상의 긴장을 잠시 내려놓고 내면의 숨을 고르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사는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프사를 바꾸는 일은 단순한 이미지 교체를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이나 첫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지브리 스타일로 바뀐 이미지는 개인의 고유한 분위기와 취향을 담은 시각적 언어로 작용한다. 이는 새로운 자기표현 수단이며,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또 다른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이 있다. 챗GPT를 비롯한 이미지 생성 도구들은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라는 단순한 지시만으로도 고급스러운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연예인부터 정치인, 일반인까지 앞다투어 지브리풍(風) 이미지 생성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지브리풍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흐름에는 저작권 침해 논란도 뒤따른다. 핵심 쟁점은 ‘화풍’이라는 예술적 표현 방식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에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완성된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명확히 인정하고 있지만, ‘그림체’, 즉 ‘스타일’ 자체는 보호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술 발전을 일방적인 ‘훼손’이나 ‘침해’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편협할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의 법적·윤리적 지위를 따지기에 앞서, 그 기반이 된 창작자의 권리 존중은 당연시된다. 동시에 콘텐츠를 향유하는 방식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브리 스타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철학과 세계관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전쟁에 대한 경계, 어린 시절의 순수함, 공동체의 회복 같은 주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전반에 흐르는 핵심 가치다. 이 화풍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지브리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메시지를 자신의 삶 속에 투영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려면 극장을 찾거나 영상 플랫폼에 접속해야 했다. 이제는 AI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나 사진을 지브리풍 이미지로 바꾸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감성으로 지브리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콘텐츠 소비가 일방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참여와 공감, 그리고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브리 스타일 프사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넘어 현대인의 정서적 필요와 디지털 문화의 변화를 함께 반영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프사 하나를 바꾸는 작은 행동이 감정과 철학, 정체성과 창의성을 담은 사회적 표현으로 확장되며, 오늘날 우리 사회 저변에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AI가 생성하는 지브리 스타일의 인기는 단지 밈(meme)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과 인간, 성장과 공존이라는 메시지는 이미지를 통해 더 빠르고 넓게 전해지고 있다. 기존 콘텐츠전달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지브리의 문화적 존재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예술이 기술을 만나 어떤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지브리 스타일 AI 이미지는 디지털 시대, 감성을 나누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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