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

내란 혐의 피의자 대통령(윤석열)이 파면됐고, 6월3일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있지만 전·현직 권한대행과 고위 관료들은 내란 동조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의혹에 대한 죗값을 받아야 하고 일부 여당의원들은 내란을 옹호한 책임을 물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 사이에 한국경제는 비상계엄 악재와 더불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소비가 위축해 내수가 침체하고 기업 수출이 부진하고, 한국은행이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로 2024년 삼성을 제치고 법인세 1위라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통상외교 협상력이 약화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 25% 관세와 25% 상호관세 협상의 벽을 넘지 못하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정부와 탄핵을 반대한 당은 산불, 민생, 외교와 통상 대응에서 국가를 이끌 능력을 상실했다. 지금 차기 지도자는 내란 옹호 세력을 척결해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막중한 책무가 졸속 개헌보다 시급하다.

피터 터친(Peter Turchin)은 세계 각국의 위기 사례를 분석한 「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2023)에서 위기 요인으로 “과잉의 엘리트 양성,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 약화, 지정학적 요인”을 지적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과잉 배출된 정치인과 고위 관료, 법조계, 종교계, 경제계, 언론계, 의료계 엘리트들이 기득권 카르텔로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서민의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위기에 빠져버렸다. 이것은 국가가 외부적 요인보다는 소득의 양극화, 정치인의 과도한 권력 충성, 그리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 부재로 인한 내부적 분열에 의해 쇠퇴하는 것이다. 이런 실패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이 「Why Nations Fail(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주장한 민주와 법치의 포용적 제도가 아닌 권력 엘리트에 편중돼 국가의 모든 권한을 독점한 착취적 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이든 왕조나 공화국이든 정치는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공자는 논어 안연( 淵) 편에서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정치의 근본이라 역설했다. 맹자도 진심장구(盡心章句) 하편에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임금은 가볍다”라는 ‘민귀군경(民貴君輕)’으로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설파했다. 우리는 국운이 융성하고 백성이 편안한 시대를 동양에서는 ‘치세(治世)’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황금시대(Golden Age)’라 부른다. 그러나 정치의 근본을 무시한 한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계엄령으로 국민의 기본권마저도 침해했으며 측근들과 배우자와 친인척의 국정 개입으로 나라를 망쳤다.

우선 차기 지도자들은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가를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야 하고 국민에게 고백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지도자 자질의 사례는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에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 5가지로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제어능력, 지속하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지도자가 국민의 신임과 헌법수호의 책무를 지키는 지혜와 명철(지적 능력), 개방적인 소통과 포용, 관용(설득력), 국정을 중단 없이 추진하는 힘(육체적 내구력), 권력의 측근, 배우자와 친인척에게 휘둘리지 않는 인내와 용기(자기제어능력),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철시키는 역량(지속하는 의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작가는 비로마인 3인과 고대 로마 황제와 정치인 25명의 리더십 평점을 매겼다. 그 중에서 최고는 도시국가 아테나의 민주정체를 유지한 정치가 페리클레스와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로서 백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로마 황제 칼리룰라와 네로는 최악이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설득력이 약했다. 이런 평가를 통해서 우리는 역대 13명 대통령의 자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 오고 있다. 유권자는 한국사회의 장애물로 출신, 지역, 계층, 성별, 세대, 빈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국민들이 행복한 포용의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차기 지도자를 올바르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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