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재해의 양상이 갈수록 다양화 대형화 추세다. 선제적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나 재난 대비에 드는 비용마저 마련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한둘이 아니어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광주시의 경우 최근 4년간 재난관리기금 최저적립액은 총 703억2천200만원이지만 실제론 334억2천만원에 그쳐 무려 369억여원 과소 편성됐다.

2022년 43억3천800만원, 2023년 100억원, 2024년 100억원, 2025년 90억8천200만원 등으로 연거푸 미달한 것이다. 이 기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67조 및 68조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의무적으로 조성해 운용해야 한다. 5개 자치구도 기준을 밑돌았다. 전남지역 시·군도 마찬가지다. 완도와 해남은 올해 본예산에 아예 잡지도 않았다.

광주시는 자연재해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자치구와 함께 이달초 2025년 여름철 재난 사전대비 실무전담팀(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시간당 강수량 100㎜를 상회하는 극한호우 가능성도 대두되는 만큼 기상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관련해 기금 관리에는 소홀했다. 행정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안전도시를 꿈꾸는 광주다.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교통사고, 자살, 산업재해 3대 취약 분야의 사망자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본부를 구성, 캠페인 등을 통한 문화 확산에 노력하는 중이다. 행정안전부 주관 2024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평가에서 전국 시·도 중 1위를 차지, 대통령 기관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하는 광주를 지향하지만 일상화된 재난 대비에는 안일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을 바란다면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고, 민생 회복이 시급하다.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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