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앞두고 옛 적십자병원이 일시 개방되면서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의 안전과 관람 효율을 고려해 본관 1층 복도, 중앙현관, 응급실, 전면 주차장, 뒷마당 등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헌혈 장면과 치료 모습을 담은 사진, 병원의 역사, 관계자 증언이 담긴 영상 자료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항쟁 당시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의료진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계단을 오르내렸고, 복도에는 총상 등을 입은 환자들이 쏟아져 혼돈 그 자체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시민들이 너나없이 동참해 피를 나눴던 대동세상의 상징적 장소였다. 광주시는 2020년 7월 매입해 관리 중이며 ‘2025 광주 방문의 해’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지 중 하나인 점을 부각시켜 광주관광공사의 특화상품인 ‘소년의 길’과 5·18기념재단의 ‘오월길’ 해설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광주시가 매입하기 이전까지, 또 이후에도 계속 방치돼 있었다. 건물 안전 진단에서는 본관과 부속건물이 매우 취약한 D-E등급에 해당했다. 별관과 창고는 철거하고 본관동의 주요 공간은 보존하기로 결정했지만 기아 보호소와 영안실은 보존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예산 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준비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비 확보부터 만전을 기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 후 처음 맞는 오월을 맞아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힘이었던 광주정신의 계승과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불과 한 달간으로 그쳐선 안 된다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을 위해 전력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옛 적십자병원이 다시 문을 연 것은 폐쇄 뒤 11년 만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무대이자 5·18사적 제11호로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다. 가치가 무한하다. 광주시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통해 보존·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진척을 위해 팔을 걷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체험하는 특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되새길 다채로운 콘텐츠를 구성해야 한다. 이왕이면 더 서둘러 밑그림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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