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연 한국마을자치연구소 대표 / 광주마을학교 교장

격동의 시간 속에서 6·3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차가운 겨울 아스팔트 냉기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은 이번 대선이 12·3 계엄정국을 확실히 청산하고, 미완의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사회대개혁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는 진정한 개혁과 통합을 이루고, 그동안 쌓이고 뒷걸음 친 국정과제들을 과감히 펼쳐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지방소멸을 막고 자치분권과 지역균형을 통해 ‘어디에 살든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1987 민주화 투쟁의 성과인 민선자치의 부활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과 지역발전에 큰 디딤돌을 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정부는 자치분권 2.0으로 자치분권의 새 틀을 의욕적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역사를 뒷걸음치게 한 정권교체로 2020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이 후속 입법과 연계 정책들이 좌절돼 중단되고 말았다. 지난 3년 윤석열정부의 자치분권 퇴행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소중히 키워온 주민자치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밟아 왔다. 그래서 새정부는 중단된 자치분권, 지역균형 정책을 새롭게 정립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대선을 맞아 여러 분야에서 자치분권과 지역균형 관련 공약과 제안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전국의 지역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지역균형발전연대회의’를 구성해 지방이 ‘21세기 대한민국 지역신활력운동의 중심체’가 될 것을 다짐했고, 이어서 4월11일에는 민주당과 연대해 ‘자치분권·균형발전 전국회의’로 확대 개편해 정책개발에 나섰다. 아울러 전국의 마을활동가와 자치분권 전문가 모임인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네트워크’도 2월부터 7월까지 연속적으로 주민자치회와 자치분권제도의 개혁을 위한 연속토론회를 집중적으로 이어가며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때맞춰 5월1일 영·호남 8개 시도지사들도 함께 모여 ‘지역이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과 지역균형정책들은 장기 비전과 정책 방향을 나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주민자치는 주민주권의 원리를 명확히 하고 주민참여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분권화와 지역균형 정책들은 정책목표와 정책의지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 부처간 정책 혼선과 집행력의 부실로 지방과 마을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이는 기존의 중앙중심 행정체제와 지방행정구조를 그대로 두고 부분적 권한만을 분산 이양하는 ‘분권강화 자치단체형’의 소극적 접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일본처럼 20여 년의 장기적인 자치분권개혁, 지역활력 로드맵을 수립해 ‘지방정부 자치분권형’으로 혁신을 끈기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 지금의 낡은 17개 광역행정체제를 5-6개의 광역권역으로 개편해 높은 수준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 지방정부를 강화하고, 중간, 기초자치단체도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에 적극 대응하도록 점진적으로 축소 개편한다. 이에 발맞춰 지역균형정책은 정권의 시혜적 지원이나,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외생적 성장 하향식 개발에서 지역 중심의 상향식 내생적 발전을 추진하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만들기’를 강화해 새롭게 자립적 혁신 동력을 만들어 간다. 특히 지역활력의 모세혈관인 읍면동에 자치적 권한과 기능을 확대하여 주민과 마을 중심의 자율.공동생산 거버넌스를 확대 실천할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전국 3천500여 개 읍면동의 주민자치회 전환을 완료하고, 시범 지역을 선정해 준자치적 수준의 마을자치를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하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원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