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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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선거 때는 후보의 약력과 주요 공약이 적힌 선거 벽보를 유심히 살펴보는 시민들도 적지 않게 띄곤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모습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를 낸 각 정당에 500여억 원의 선거자금을 지급했다고 하니 그 돈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지원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의제(代議制)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선거는 필수불가결한 정치과정이며, 이 때문에 민주주의국가는 물론이고 공산주의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치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선거를 다양하게 정의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라는 말이 가장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이번 6·3 대선이 우리 국민들에게 전혀 축제로 다가오지 않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첫째,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파면당해 채 3년 만에 다시 선거가 치뤄지면서 느끼는 선거 피로감이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한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중도에 퇴진함으로써 임기보장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으며 막대한 국고가 낭비되면서 국민들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둘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민주주의 근간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어서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신성성(神性性)과 존경심이 극도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들에게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약속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헌법을 무시하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 시키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불과 0.73% 차이로 당선됐고, 국회의 의석 수 또한 여소야대(與小野大)인 상황에서도 당수당과의 협치를 외면하는 등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모습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의 존재의의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오게 했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경 하에서 치루어지는 이번 6.3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중시하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지금까지는 민심의 저류(低流)를 관통하는 큰 흐름은 ‘12·3 내란에 동조한 세력이 다시 집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여러 여론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다른 정당의 후보들에게 상당한 격차로 우세한 양상을 지속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12·3 내란과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수사 과정에서 내란 세력들이 보여준 반헌법적 태도들 때문에 국민들로 하여금 6·3 대선에 임하는 선택의 기준은 그 무엇보다도 내란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제 10여일 후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헌법 개정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도 새로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의 결과물인 ‘87헌법’에 의한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헌법에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5·18정신이 전문(前文)에 수록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충분히 반영됨으로써 새로운 ‘7공화국’ 수립이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2025년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권력의 집중현상이 초래했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입법·행정·사법 간의 견제와 균형이 보다 정교하게 도모돼 국정이 안정되도록 제도화(制度化)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권력을 농단할 수 없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정한 국민주권시대가 열려야 할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바뀔 때만이 경제도 살아 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또한 높아 질 수 있을 것이다.
12·3 내란세력에 의해 앞당겨진 6·3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국가체제를 개조하면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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