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오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송씨가 29일 오후 3시께 영광군 군남면사무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마친 뒤 웃고 있다./안재영 기자

“5분도 채 안 걸린 투표였지만,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어느 때보다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29일 오후 3시께 영광군 군남면사무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마친 영광군민 이송(58)씨는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50여년간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오다 지난해 9월 광주가정법원이 성과 본 창설허가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씨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권리를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돼서 처음 행사하며 느낀 감정에 대해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단어로도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 역시 다른 유권자들과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선 미소 띤 얼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투표 전 이송씨는 후보자들의 이름과 공약 등이 간략히 적힌 공보물을 받아보며 ‘선거’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글을 전부 알지 못해 꼼꼼히 읽어보진 못했지만 주변 이웃들을 통해 투표의 가치와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그는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런 이송씨가 행사한 한 표가 혹시라도 무효표가 되는 일이 없도록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센터장 남궁경문)는 이날 투표에 앞서 주의사항을 안내하며 가상의 투표지를 통한 예행 연습도 실시했다.

줄서기부터 관내·관외 확인, 본인 확인, 서명하기, 투표용지·회송용봉투 받기, 기표하기, 투표지 넣기, 퇴장 등의 절차에 대해 유심히 듣고 도장도 직접 찍어본 후 인근 주민들과 함께 투표장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투표장의 모습이 낯선지 연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이송씨는 투표관의 안내를 듣고선 떨리는 손으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이를 받아든 투표관이 본인 확인을 마치자 이송씨의 손엔 투표용지가 주어졌고, 그는 기표소로 향했다.

잠시 후 투표를 마친 이송씨는 용지를 들고 나와 투표함에 넣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과 지역 복지센터 관계자들이 모두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같이 온 주민들도 투표를 모두 마친 후 이송씨는 그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며 재차 웃어 보였다.

이송씨는 “첫 투표여서 기표소 안에서 손을 많이 떨었지만, 센터에서 연습한 대로 이름 옆 네모난 곳에 도장을 잘 찍었다”며 “누구를 찍었는진 절대 비밀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신분이 생긴 후 내 이름으로 된 통장과 스마트폰을 갖게 된 것, 아플 때 언제든 병원을 갈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투표를 한 오늘이 가장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인 투표에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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