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전남도립대 웰니스학과·문학평론가

2025년 6월3일,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선거는 단지 하나의 절차나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한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총알은 찰나에 사람을 해칠 수 있지만, 투표는 수십 년에 걸쳐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정치에 대한 회의론이다. “누가 되어도 똑같다”, “정치에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그간의 실망과 피로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런 회의가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순간, 정치는 가장 중요한 시간에 시민 없는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대개 국민이 원하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장바구니 물가, 아파트 청약 제도, 학교 급식, 대중교통 요금, 노인 복지와 육아 정책까지, 정치는 시민의 식탁 위와 골목길 곳곳에 스며 있다. 투표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가장 공식적이고 강력한 방식이다.

따라서 투표를 외면하는 것은 곧 책임을 포기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로 유지되는 체제이며, 그 참여의 핵심이 바로 선거다. 정치에 실망했다고 등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정치를 요구할 자격조차 잃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국민은 종종 수동적 존재로 전락한다. 선거는 이 구조를 바꾸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기회다.

이렇듯 유권자의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빈틈을 만든다. 그리고 그 빈틈은 언제나 독선과 권위주의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경험을 반복해왔다. 역사는 국민이 무기력할 때 권력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수없이 증명해왔다.

투표는 단지 개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내가 행사한 한 표는 이웃의 삶, 내 아이의 미래, 노부모의 안녕과 연결돼 있다. 유권자의 선택은 연대의 출발이며, 책임의 실천이다.

또한 선거는 우리 자신에게 묻는 시간이다.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나와 내 이웃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치는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삶 그 자체임을 우리는 다시금 인식해야 한다.

기억하자, 지도자는 국민이 만든다. 좋은 지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유권자의 눈과 귀, 판단과 기대 속에서 태어난다. 반대로 나쁜 지도자 역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민주주의는 ‘지도자를 뽑는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지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자주 ‘정치 혐오’를 말하지만, 그 혐오의 이면에는 더 나은 정치를 향한 갈망이 있다. 그 갈망을 구체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투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며, 그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주인에서 방관자로 밀어내는 일이다.

6·3 대선은 국가의 진로를 가르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단지 누가 당선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자 선언이다. 지금 우리의 한 표는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다. 반드시 투표하자. 생각을 담고, 책임을 다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 링컨이 말했듯, 총알보다 강한 힘으로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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