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택 광주 동구청장

“매년 이맘때쯤이면 무등산에 (등산 대신) 인문 즐기러 간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무등산에서 쉼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인문축제라니 최고였다!”고 할 정도로 제3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개최 이후 후일담이 쏟아졌다.

듣기만 해도 ‘인문도시 광주 동구’에서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지난 5월31일부터 6월1일까지 이틀간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무등산이라는 자연공간에서 사색과 쉼, 독서와 힐링의 시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에 필요한 힘과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올해는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테마로 하는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에 참여하고자 일본 독자 50여 명이 광주 동구를 찾았다. 또한 축제장 곳곳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들이 많아 어른만을 위한 인문축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서 의미를 더했다.

동구 인문축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축제이지만, 인문도시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는 광주 동구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특히 올해 인문축제는 ‘지구’를 위한 ‘인문 Forest:Earth’를 콘셉트로 기후 위기 감수성과 지속 가능한 메시지를 콘텐츠로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편백숲 생물 다양성 대탐사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해 용기내!’ ▲신문지·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무등산 동물 인형탈 쓰기 ▲폐막공연 ‘업사이클 뮤직’은 관객을 압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업사이클 뮤직은 제 몫을 다한 플라스틱과 깡통이 업사이클 현악기(바이올린·첼로)로 변신해 축제를 찾은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전했다.

해마다 동구 인문축제 기간 중 무등산 증심사 지구 일원은 ‘쉼(休)과 사색(思索)의 공간’ 속에 인문과 예술, 지혜와 마음, 자연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거대한 복합문화의 숲이 된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소설가 김탁환과 이금이·최향랑 작가, 설치미술가 최병수와 울림이 있는 ‘인문 토크’, 청년 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하는 책과 음악이 있는 ‘청년 문학 버스킹-요즘 무슨 책 읽어?’ 등은 편백숲에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완벽한 프로그램이었다.

지역 극단 토박이가 1980년 5월 광주를 담아낸 연극 ‘오! 금남식당’과 의재·오방·석아·현덕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다룬 시간여행 콘셉트의 야외 연극 ‘시간의 숲, 무등’은 등급이나 차별이 없는 무등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기분을 들게 했다.

옛 선조들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이 부럽지 않을 만큼 충만한 이틀이었다.

무엇보다 동구 인문축제가 주는 느림과 여유 그리고 잠시 내려놓기를 하면서 호캉스 못지않은 호사를 누렸다.

산길을 걸으면서 흘리는 땀방울, 가쁜 호흡은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무사함에 감사함을 느끼고, 1수원지 내 편백숲이라는 자연의 품에서 인문 토크, 문학 버스킹 참여는 사유의 힘을 기르기 좋은 시간이었다.

증심사와 오방 수련원에서 하는 티(tea) 클래스와 요가, 싱잉볼 소리를 들으면서는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일상에 쉼표(,)를 찍기도 했다.

올해 특별히 마련된 한강 작가를 테마로 한 특별전과 한·일 교류 문학기행과 한·일 독자의 밤에서 펼쳐진 강강술래는 ‘품격 있는 인문도시’에서만 가능한 특급 이벤트였다.

그렇기에 물질만능주의가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을 되새기는 요즘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흘러가는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기라는 뜻이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의 사사로운 욕심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인문 정신’이다.

어떤 명확한 정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정신적 풍요로움을 통해 개인이 모여 형성된 공동체로 나아가면서 해법을 찾기도 한다.

무등산 아래 편백숲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그렇게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시대가 묻고 인문이 답하는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를 통해 내년에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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