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광주 일대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해 발생했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의 피해자와 유족을 추모하는 위령제가 봉행됐다. 광주북구가족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행사는 광주전남추모연대와 장재성기념사업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광주시 유족연합회가 공동 주관했다. 또 제주 4·3 희생자, 여순사건 유족회 등도 참석해 가족을 잃은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다양한 세력에 의해 전국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광주 지역은 북구 동림동 산동교(광산군 극락면 불공고개), 양산동 본촌산단(광산군 지산면 장고봉 고개) 인근, 장등동 도동고개(석곡면 도동고개)로 4천명 정도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이승만 정권 붕괴 이후로 진상규명을 요구했으나 본격 조사는 2000년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활동하면서 시작됐다.

과거사위는 누차에 걸쳐 회의를 열어 진상 개시 결정을 내리는 등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의 존재를 망각한 역사적 범죄다. 적법 절차의 원칙을 무시해 중대하다. 기본권인 생명권을 경시했다.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했다.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위배됐다. 야만적이고 반문명적이다. 국가가 공식 사과하고 명예 회복 및 피해 보상, 위령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국민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날 광주지역 행사 참가자들은 75년 만의 추모에 부끄럽고 죄송한 심정을 전했다. 너무나도 늦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도 이제서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통한의 세월을 보냈다.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북구는 광주 자치구 중 최초로 민간인 희생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학살 장소마다 위령비 설치를 마쳤다.

한국전쟁 전후로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총칼에 쓰러졌다. 시신의 행방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법적이고 무법적이었지만 책임 소재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살아남은 부모와 형제, 자식들에겐 연좌제의 굴레가 씌워졌다. 공포로 밤낮을 지새우며 떳떳이 나설 수도 없었다. 아직도 미신고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말 뿐인 사과가 아니라 실질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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