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가 쏟아짐에도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7일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애리 기자·조영권 인턴 기자

“동물도 똑같이 지치고 힘들죠. 그래서 사람처럼 특별한 음식과 시원한 물로 기운을 돋워주고 있습니다.”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인 7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절기가 무색하게 체감온도가 이미 31도에 달했다.

사육사들은 아시아코끼리 봉이(27)와 딸 우리(15)가 있는 울타리 안으로 수박과 사과, 파인애플, 죽순 등 과일이 꽁꽁 언 얼음 덩어리를 넣어줬다.

이를 본 봉이와 우리는 빠르게 달려와 얼음 덩어리를 발로 깨기 시작했다. 그러다 얼음 조각 사이로 과일이 나오자 봉이는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밀어줬다. 잠시 후 봉이도 당근과 단호박을 골라 씹으며 커다란 귀를 펄럭거렸다.

모녀 코끼리가 얼음 특식을 먹는 동안 사육사들은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줬다. 봉이와 우리는 몸을 돌려가며 샤워(?)를 했고 입을 활짝 벌려 물을 마시기도 했다.

우치동물원은 매년 7-8월 무더위에 지친 동물들의 여름나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육사들은 코끼리를 시작으로 라쿤, 물범, 원숭이, 곰 등 다양한 동물들의 우리를 찾아다니며 맞춤형 간식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더운 날씨에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치공원 측에서 각 동물의 특성에 맞게 만든 것으로 ‘즐겁고 건강한 식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맹수사에 있는 미국너구리과 동물 코아티를 위한 특식은 비타민과 엽산 등 영양제가 발라진 식빵이었다.

이를 통해 영양제를 잘 먹지 않는 개체들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우치공원의 설명이다.

지난 6월 새롭게 설치된 미스트 분사기 아래서 휴식을 취하던 라쿤 다섯마리는 사육사가 닭다리를 던지자 앞다퉈 달려들었다. 한 조각에 라쿤 두마리의 앞발이 동시에 닿자 서로 먹기 위해 입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해양동물사의 물범에게는 살아 있는 장어가 공급됐다. 물범들은 이를 먹기 위해 수조 안을 유영했다.

우리와 봉이 모녀처럼 낙타에게도 맞춤형 간식과 물줄기 샤워가 제공됐다.

얼음 과일 덩어리를 받은 원숭이와 곰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특식을 즐겼다.

덩어리로 부숴서 삼키는 곰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원숭이들은 얼음 통째로 핥아 먹었는데, 두 종류의 동물들 모두 식사 후엔 만족스러운 듯 누워 휴식을 취했다.

정하진 우치동물원 진료팀장은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지면 특식 제공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물들의 여름나기가 힘겹지 않도록 앞으로도 특화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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