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7(일)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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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행 기초의원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중대선거구제에 따른 대표성 결여가 심각하다. 현행 중대선거구제도는 인구가 많은 읍면동을 대표하기 쉽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행정 읍면동은 소외되고 있다. 지역의 의제를 대표할 일꾼이 부재한 상황이다. 최소한 도농을 구분하고, 읍면동 단위 대표성을 복원하는 선거구가 필요하다.
둘째, 정당공천의 폐해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종속이 심각하다.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이 적용되면서,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지역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원 기반이 취약한 기초단위에서는 실질적인 주민 심의보다 정당 간 물밑 거래, 전략 공천, 친소 관계에 따른 공천이 빈번히 이루어진다. 이는 후보자 자질과 지역 연계성보다는 소속 정당과의 관계가 당락을 결정짓는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셋째, 정책 기반 약화와 낮은 경쟁력을 들 수 있겠다. 기초의회 선거는 정책 중심 경쟁보다 정당의 브랜드 경쟁, 조직 동원력, 지역 유지 중심의 선거로 흐르기 쉽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후보자들 간의 정책 토론이나 의정 계획보다는 정당 간 대결 구도, 중앙 정치 이슈의 반복 재현이 많아 유권자가 지역 의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기초의원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저하시켜 의회 본연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넷째, 지역정치 신인·청년·여성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제도는 기초의원 선거에 도전하려는 무소속, 청년, 여성 후보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정당공천 없이 후보로 나설 경우 선거운동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고, 인지도가 낮은 신인의 당선을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기초의회는 고령화되고 폐쇄적인 구조로 유지되고 있으며, 세대교체와 다양성 확대에 실패하고 있다.
문제점을 토대로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선방향을 살펴보자. 첫째, 도시형과 농촌형 선거구제를 다양화해야 한다. 다양한 선거구제를 지역상황에 적합한 방향으로 제도화해 다양한 정당과 후보자의 경쟁을 유도하고, 지역 의회의 구성 다양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또는 시민추천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시민추천제, 지역주민 경선제 등의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기초단위 정당공천이 오히려 정치불신과 지방정치에 대한 회피를 유도한다고 인식한다. 무소속 후보가 중심이 되면 정당의 보호 없이도 지역 기반을 갖춘 인물들이 정책 중심 경쟁을 할 수 있다. 셋째, 정책경쟁 유도 및 자격 검증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토론회 의무화, 후보자 의정활동 계획서 제출, 전문성 검증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으로 정책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넷째, 청년·여성 후보 지원과 정당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경우에도 청년, 여성 등 소외집단에 대한 가산점, 성 균형, 전략공천 의무화, 후보자 다양성 지표의 공개 등 정당의 책무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지방의회 출마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2주 이상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당에서 추진하는 교육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나 지방의회의원으로서 역량을 키우기에는 부족하다.
지역 민주주의의 회복은 기초의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대안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 시작점에 있는 기초의회가 현재와 같이 ‘무관심의 정치’로 방치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 역시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지방정치는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이는 다시 정치 무관심과 선거의 저조한 경쟁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기초의원 선거제도의 개선은 단지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비를 넘어, 정치의 생활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잘 살기 위한 노력이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회가 주민과 가장 멀어져 있는 현실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기초의회가 다시 살아야,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도 가능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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