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실은 조용하다. 아이들은 태블릿을 켜고, AI 튜터와 대화하듯 문제를 풀고, 피드백을 받는다. 손을 들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교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수업은 진행된다. 정해진 시간에 영상을 보고, 퀴즈를 풀고, 학습 이력이 저장된다. 예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이제는 흔한 모습이 되었다.

AI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분명 교육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진단과 반복 학습이 가능해졌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길러주는 데에도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기대했던 모습과 우려했던 모습 모두를 보여준다. 기기를 잘 다루지만, 생각은 깊지 않고, 정답은 빠르지만 설명은 부족하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 문제의 정답 여부를 판단하고, 오답 원인을 분석하고, 학습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제를 다시 풀면서 정답을 찾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기기가 채워주는 것은 정보이지만,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속도나 정답의 문제가 아니다. 빠른 정답보다는 깊은 질문이 중요하고, 지식의 양보다 생각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기술은 지식의 전달을 도울 수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학생이 교사에게 질문하고, 친구와 의견을 나누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없다면,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단순한 조작일 수 있다.

많은 논란 속에서 올해부터 AI 튜터와 디지털 교과서가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기초학력 보장, 개별화 수업 강화, 학습 격차 해소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 교육도 발맞춰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스마트기기 보급 확대, AI 기반 수업 시범 운영, 교사 대상 디지털 연수 등 하드웨어와 행정 기반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함께 구축돼야 하는 것이 있다. 기술의 양적 확산을 넘어, 교실 안에서 기술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적 성찰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아이들은 기기에 익숙하지만, 그 기술을 통해 얼마나 깊이 사고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교사는 단지 기기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기기를 통해 어떤 배움의 경험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교실 안에서 기술이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의 철학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분석을 교사가 해석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 정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학습을 이끌어야 한다.

둘째, 기기 중심 수업이 아닌, 사람 중심 수업을 지향해야 한다. 기술은 보조 역할이어야 하며, 수업의 주체는 여전히 교사와 학생이어야 한다. 이 점을 유념하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양방향 소통을 수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셋째, 기술 활용 역량 못지않게 교육적 성찰 역량을 강화하는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 도구의 사용법이 아니라, 도구를 활용한 교육의 의미를 묻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교사들은 수업 설계안에서 기술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기기의 활용이 학생의 배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해야 한다. 기술이 교사의 교육철학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려면, 그 철학을 나누고, 되짚고, 함께 가꾸는 연수의 장이 절실하다.

아이들의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다. 그러나 그 손끝에 머무는 것이 단순한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이고,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이며, 교사와 이어지는 따뜻한 시선이길 바란다.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바꾸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풍경 속 배움은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술이 진정한 교실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교육의 철학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우리의 교육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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