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엘다크센 작품 ‘위기억(僞記憶)가짜추억:전기기술자’ <위키피디아 검색>

베르메르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왼쪽)와 생성형 AI 모작(가운데, 오른쪽) <위키피디아 검색>

필자가 ‘보티첼리 화풍으로 K-문화의 위상을 떨치는 대한민국 청년예술가들을 표현해 달라’는 명령어로 생성된 AI 이미지

AI는 예술을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예술가가 가진 감정의 진정성, 사회적 맥락, 철학적 사유를 더 깊게 만들어 오히려 더욱 빛나는 인간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예술 영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예술은 인간만이 가진,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범접할 수 없는 창작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이 선을 보이며 우리의 생각이 틀렸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존 인간의 예술 결과물을 데이터로 참고해 얼핏 봐서는 인간의 예술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작품을 선보이는 인공지능을 보면 탄식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과거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던 기술의 발전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과거의 기록’인 데이터 활용하는 AI, 바로 지금 ‘현재’를 창조해 가는 예술
AI와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소개해볼 것은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수상한 엘다크센의 사진이다. 다름 아닌 생성형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으로 국제적인 사진대회 심사위원들을 감쪽같이 속여냈고 무려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수상작은 두 여성이 등장하는 흑백 이미지로 작가가 지난해부터 작업해 오던 ‘위기억(僞記憶) : 가짜기억’ 프로젝트 중 하나를 사진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이다. 1940년대의 시각적 언어를 활용해 실제로는 촬영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가짜기억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문제는 대회를 주관한 세계사진협회가 수상한 작가가 AI를 활용한 작품임을 알렸음에도 창작부분에 있어 다양한 실험적 접근을 환영한다며 규정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 문제가 없다 밝혔다는 점, 그리고 엘다크센 작가 자신이 수상을 거부했다는 점에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인공지능 발전이 급부상하는 요즘 예술분야의 논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바로 인공지능 윤리와 연관있는 ‘창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범위에 관한 것’이다.

논란을 살피다보면 그렇다고 창의력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말하기엔 조금 이른 시점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올해 G7 회의에서도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사안이 다뤄졌듯이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하루 빨리 정리돼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그래도 아직은 과거의 기록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AI가 채울 수 없는 공감의 틈을 바로 지금 현재를 창조해가는 인간 예술가가 채워줘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협업 기반의 창작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AI와 인간, 예술과 과학, 예술가와 기술자의 협업으로 새로운 장르의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요근래 생성형 AI를 통해 예술의 대중화가 폭넓게 가속화되며 예술의 아우라는 사진이 등장했을 때보다 그리고 미디어아트가 활성화 되었을 때보다도 더욱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이들 중에서도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중이 큰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젤 앞에 앉아 수채화나 데생을 하는 이미지가 뭇 여성들의 로망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로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카메라의 등장만큼이나 격정적인 도구가 또 하나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예술사에 실릴 만큼의 결과물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한 창작물을 누구나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예술참여자의 창작 활동에도 이처럼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AI는 전문가들에게도 노동 강도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품질 콘텐츠를 손쉽게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어 제작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창작활동의 효과 또한 몇 배로 늘려주고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은 대중화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기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안타까운 점도 있다. 그렇지만 고통을 견디며 한 계단씩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 인류 발전의 진리인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제언
함께해야만 한다면 AI와 어떻게 협업하고 공존해야 할까?

특히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 예술인들은 어떤 제언들을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AI에 대한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며 핵심적인 사항이다. 교육과 학습을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과 도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역사가 어떠하며 어떻게 활용해가야 하는지를 가늠해야 그 다음이 있을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매체에 대한 이해가 먼저이다.

예술가로서의 고유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 고유의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융합적 사고의 확장 필요한데 자기 분야를 넘어 과학, 사회, 기술 철학과 끊임없는 대화를 위한 인문학적인 활동이 여전히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생성형 AI를 단순한 ‘자동제작기’가 아닌 ‘창작과 사고를 확장하는 보조장치’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 결과물을 내기 위한 행위가 아닌 ‘제작의 과정을 생성할 수 있는 프롬프트 설계력’(질문을 잘 설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경이 희미해지는 인공지능 시대, 예술가의 작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곧바로 세계와 연결된다.

따라서 청년예술가는 ‘글로벌 플랫폼 활용능력을 키워야’하며 동시에 자국의 역사, 신화, 문화적 자산을 세계적 언어로 변환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청년문화예술인으로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시말해 예술가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논쟁들에 있어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비평적 창작자로서 비판적 태도를 갖추고 ‘윤리적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누가 저작권을 갖게 되는가,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지, 문화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서 남보다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인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청년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현남 (문화비평·갤러리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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