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목)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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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대한민국 대표로 자리잡은 광주 동구 충장축제다. 금남로와 충장로, 예술의거리에 다양한 부스가 들어섰고,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운영됐다. 올해는 ‘추억의 동화’를 주제로 옛 정취와 감성을 되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백미를 꼽자면 뭐라해도 퍼레이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협업을 통해 여성마칭밴드가 선두에 서고, 매직포레스트 플라워 퀸, 보석세공사, 토피어리 캐릭터 등이 뒤따랐다. 마지막 날엔 13개 행정동 주민들이 동화 속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전국에서 온 경연팀도 함께 하며 도심을 거대한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2025 프로야구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눈앞이지만 지난해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예상 밖 부진으로 ‘가을 야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돌아보면 광주의 심장부로 구도심이 가장 번성했던 일원에서 ‘V12’ 달성을 축하하는 카퍼레이드가 열려 환희에 휩싸였다. 금남로5가역에서 출발해 5·18민주광장까지, 1만여명의 행렬로 장관을 이뤘다. 선수단은 사면이 개방된 2층 버스에서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해태 시절 4연패를 달성했던 1989년 이후 35년 만의 깜짝 이벤트였다.
가을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광주·전남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당시의 감격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KIA는 올 시즌 막강한 선두권의 전력을 유지해 2연패가 유력시된다는 전망을 비켜가 8위로 수직 추락, 참담한 성적을 냈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관람자 신세로 전락했다. 이범호 감독 등 코치진의 리더십, 책임을 묻는 팬들도 그만큼 늘었다.
지역 언론들도 혹평 일색으로 결산 기사를 쏟아냈다. 대체적인 지적을 종합하면 이렇다. 특유의 DNA인 악바리 근성, 강인한 투지의 실종이다. 응집력과 무게감이 크게 떨어져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았다. 연거푸 신화를 작성한 극강의 해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공격의 핵 김도영을 비롯한 주축 선수의 장기 결장이 컸던 게 사실이나 훈련 부족과 운영 허점 등 전략적 부실이 드러났다. 타자가 잘 치지 못했고, 투수가 잘 던지지 못했고, 수비도 실수를 연발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겨야 하는 상황인데도 번번이 무너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를 아물고 더 뛰어야 했다.
오죽하면 2군 출신의 분전에 ‘함평 타이거즈’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남 함평에는 이들의 전용구장이 위치하고 있다. 이 감독은 “최고의 팬들 덕분에 우승했다.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서 이 자리에 서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전통의 명문 KIA 타이거즈의 추락은 1천만 관중 시대를 연 대한민국 최고 프로스포츠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올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감소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고민이 읽힌다.
지나고 보니, 비록 가난했어도 배부르고 행복했었다. KIA는 초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선수단은 웨이트와 보강, 러닝 등으로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11월에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지옥훈련’이 펼쳐진다. 2026 시즌은 많이 달라야 할 것이다.
가을의 한복판, KIA 타이거즈의 황금 퍼레이드가 재연돼야 한다. 초대형 콘서트와 다름없는 최고의 축제로 선물해야 한다. 왕조의 재건을 기원한다.
1983년, 1986-1989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2009년, 2017년, 2024년. 한국시리즈에 12회 진출해 모두 정상에 올랐다. 역대급 최다 기록이다. 1982년 프로야구 창설과 함께 1980, 90년대 리그를 평정한 절대강자였다. 심장이 웅장해지는 고유명사가 됐다.
앞으론 정말 이기는 ‘실리야구’를 해야 한다. 실패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타이거즈 역사에는 광주의 한, 설움이 배어있다. 그러면서 오랜 자부심이다. 응원 가요에 힘찬 율동을 섞어 열광하는 까닭이다.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시민들은 목 터져라 부르고 싶다.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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