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성영탁 선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홍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친 채 리그 8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힘든 흐름 속에서 ‘옥석’의 등장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그 가운데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이름, 성영탁(21)이 있었다.

그는 올 시즌 4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1.55, 3승 2패 7홀드, 피안타율 0.209, WHIP 0.97을 기록했다.

198명의 타자를 상대로 52와 1/3이닝을 던졌다. 30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피홈런은 단 두 개뿐이었다.

위기에서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담력. 그게 루키 성영탁의 가장 큰 무기였다.

신인으로선 보기 드문 안정감이었다. 팀이 무너질 때도, 그의 손끝은 단단했다.

지난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그는 첫 시즌을 마친 소감을 차분히 풀어놓았다.

“데뷔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뻤다. 생각보다 빠르게 콜업됐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한 게 가장 만족스럽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한 시즌을 견뎌낸 신인의 무게가 묻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망설이지 않았다.

“(5월 20일)수원KT위즈파크에서 치른 프로 데뷔전이었다. 원래는 다른 경기에서 나갈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바뀌었다.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데뷔전의 긴장감, 그리고 첫 퍼펙트 이닝의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족함도 곱씹었다.

“몇몇 경기의 득점권 상황에서 과감히 던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승부조절을 더 단단히 하고, 결정구 미니샷(슬라이더) 완성도를 높이는 게 과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말투에서 젊은 투수의 성숙함이 엿보였다.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침착함의 비결을 묻자, 그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특별한 루틴은 없다. 고등학교 때 결승전을 던지면서 긴장감을 먼저 느껴봤다. 중요한 상황에선 ‘막으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신인의 말치고는 놀라울 만큼 담백했다.

팬들이 ‘루키답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했다.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노련해 보인다는 말은 그만큼 많이 배웠다는 뜻이니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어 선배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조상우 선배와 전상현 형에게서 불펜 루틴을 많이 배웠다. 언제 몸을 풀어야 하는지, 어떤 느낌으로 던져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다.”

올해 성영탁은 신인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그런 후보에 오른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표팀에도 뽑히고,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말끝에는 웃음이 섞였지만, 그 안엔 한 해를 온전히 버텨낸 자신감이 있었다.

시즌 막판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순간도 생생했다.

“처음에 ‘내가 간다고?’ 얼떨떨했다. 그래도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몸을 잘 만들어서 평소 하던 투구 그대로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한 시즌을 돌아본 그는 내년 목표를 분명히 말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완주하고 싶다. 더 노련한 투구로 마운드에서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

야구장에서 벗어나면 또래답게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집에서 형들이랑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자주 한다. 그게 제일 좋은 휴식이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팀 순위는 아쉽지만, 시즌 내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내년엔 더 높은 곳에서 야구할 수 있게 열심히 던지겠다.”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성영탁. 그가 남긴 1.55의 평균자책점보다 더 인상적인 건, 한결같은 집중력이었다.

내년엔 그 투지가 한층 높이 타오르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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