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사)광주동구자원봉사센터장

요즘 내년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민심의 향배를 분석하고, 후보자들은 그 수치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뜻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한 ‘민심의 온도계’이자, 사회 변화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현실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본질이며 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조작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문항을 설계하거나, 통계적으로 부적절한 모집단을 선택해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민의 여론을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법행위다.

선거는 국민주권의 실현이며 민주주의의 축제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은 흔들린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조작과 허위 홍보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다.

사법 당국은 이러한 불법 여론조사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단해야 하며, 각 정당 또한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편법적 여론조사에 기대거나 불공정한 방식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후보를 공천 과정에서부터 단호히 배제하는 것이 정당의 책임이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다. 여론조사는 그 천심을 가장 가깝게 읽어내는 과학적 장치다. 따라서 공정하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는 국민이 선택한 인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자기 사람 심기’식의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이 민심보다는 사심을 앞세워 특정 후보를 배제하고 자기 측근을 공천하려는 시도는 정당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공천은 정당의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국민의 뜻 위에 행사돼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소수의 정치적 계산이나 파벌 논리에 따라 후보를 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주권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부정이자,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정치 내란행위와 다를 바 없다. 민심을 외면한 정치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하지 않는다. 정보가 개방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한 시대에 민심을 거스르는 공천은 정당의 자멸을 의미한다.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절차만이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시대정신은 바로 이러한 순리의 정치, 즉 민심과 당심이 조화를 이루는 정당정치의 실현이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에 당심이 민심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다. 선거는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불법 여론조사나 편향된 공천으로 선거판을 흐리는 세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심판받게 된다.

정당과 정치인 모두가 여론조사의 본래 취지를 존중하고,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과학으로서의 여론조사는 민주주의를 견인하지만, 조작된 여론조사는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민심을 과학적으로 읽고 존중하는 정치는 국민이 체감하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민심을 거스르는 불공정한 공천은 당장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국민의 심판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치권은 여론조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공정한 절차 속에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을 거스르는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 과학적 여론조사를 존중하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지키는 정치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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