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아동문학가

“얼굴이….”

다른 형제에 비해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있었던 터라 몸에 이상을 느껴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얼른 가보라는 말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다 해도,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랐고, 성격 좋은 남편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하루 밤 사이에 새까맣게 변해버린 남편의 얼굴을 보며, 아차 싶었다. 내 목숨이 온전히 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함께 웃고 마음을 나누며 함께 지내온 시간만큼이나 목숨 또한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부모, 형제, 남편, 자녀, 친구, 모두의 목숨인 것 같았다. 결국은 특별한 일 없이 잘 마무리 되었지만, 내 몸을 열심히 관리하는 것 또한 함께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나무꾼이 살았는데, 하루는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그만 하나뿐인 쇠도끼를 연못에 풍덩 빠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금도끼와 은도끼’는 ‘이솝우화’에 수록된 고대 그리스의 전래동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다. 아이고, 이를 어째, 어쩌면 좋아,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는 나무꾼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와 은도끼를 차례대로 내보이며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으니. 내 도끼는 금도끼도 아니고 은도끼도 아닌 쇠도끼라 대답한 나무꾼은 쇠도끼와 함께 금도끼와 은도끼도 갖게 되고, 쇠도끼를 일부러 연못에 빠뜨려놓고는 금도끼도 내 것이요, 은도끼도 내 것이라 대답한 또 다른 나무꾼은 쇠도끼조차도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정직함과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 번만 더, 할 수 있어!”

작가가 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출판사에서 먼저 작가에게 연락해 원고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몇날 며칠, 몇 년 동안 쓰고 다듬은 원고를, “출간문의 원고입니다” 제목으로 원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고 답이 오기를 기다린다. 출판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출간하고 싶다는 답보다는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원고는 저희 출판사의 기획방향과 맞지 않아 출간이 어렵다는 답을 받아도 멈출 수 없다. 주제도 선명하고, 글의 흐름도 좋지만, 단지 출판사의 기획방향과 맞지 않을 뿐이니, 다른 출판사에서 멋지게 출간되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답을 받았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한 번 만 더, 한 번만 더, 수십 군데도 넘은 곳에 출간문의를 해놓고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붙잡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내려놓음은 패배가 아닌, 또 다른 길 찾기인데 말이다.

“꿈, 바람, 목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바라며 마음 속 꿈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 말하지만,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욕망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최고의 힘이며 최악의 힘이라는 말처럼, 뭔가를 바라며 해내고 싶은 마음은 적정선을 찾기 힘든 것 같다. 꿈도, 바람도, 사람과의 관계도, 목숨도 내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생각하며,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딱 한 명뿐인 사람들인 만큼 각자의 능력과 상황, 성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은 다름에도 말이다. 내 것도 아닌, 금도끼와 은도끼를 탐내다가 쇠도끼까지 잃어버린 나무꾼처럼.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것,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히 여기는 마음이, 쇠도끼는 물론 금도끼와 은도끼도 찾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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