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목)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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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이 진행되는 내내 광주정신은 정치사회 영역뿐 아니라,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구현됐다. 그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고, 2030여성들의 참여가 놀라웠다. 이들은 K-POP과 응원봉을 들고 나와 윤석열 탄핵 집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이자’, ‘함께하자’, ‘도와달라’는 트윗을 날리면서 남태령과 한남동 집회를 개인에서 연대로 확장시켰다. 개성과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깃발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도구이자 대중문화와 정치가 결합하는 접점이었다. 연예인 팬클럽에서 통용되던 선결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집회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2030여성들의 이러한 결집과 참여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이들은 강남역 사건과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불의에 항거해본 경험이 있으며, 백래시 현상과 맞물려 사회적 소수자로 몰려 차별과 고립을 겪은 세대다. 온라인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고 SNS를 활용해 집회와 시위를 조직하는 일에 익숙하다. 비교적 정치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여가부 폐지에 반발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에 더 강력한 성평등정책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 기인한다.
2030여성들이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공천 확대와 정치 참여 보장이 관건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2026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4개 선거구를 여성 경쟁 전략선거구(여성특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여성특구는 민주당 당헌·당규상 여성 30% 의무공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적용하는 전략공천 제도 중 하나다. 여성 의원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남성 후보의 출마를 제한하는 것이다. 예상대로 남성후보자들이 불공정을 거론하면서 특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후보 선택권이 여성으로만 제한되면 당원 주권주의 기조와 상충되며, 나아가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기될 수 있는 논란이다. 그래서 민주당에 제안한다. 헌법에서부터 성평등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하시라. 헌법에 “국민의 대표 구성은 남녀가 동등하게 보장된다”는 원칙을 명시해 성평등을 국가 운영의 기본 규범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기초·광역의회 여성공천 권고조항, 여성추천보조금, 여성정치발전비, 여성가산점 등 여러 정책이 도입됐지만 여성의 정치 진입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2000년 헌법에 파리테 원칙을 명문화해 남녀의 공직 접근권을 동등하게 보장했다. 멕시코·캐나다·독일 등도 헌법에 실질적 평등과 적극적 조치를 규정하며 대표성 격차를 제도적으로 해소해 왔다. 유엔도 2030년까지 남녀동수제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각 정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전부를 여성으로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그런데 시행 초부터 홀수는 여성에게 짝수는 남성에게 배정하는 식으로 후퇴했다. 게다가 이 또한 제재규정이 없는 권고사항이다. 여성 30% 공천을 안 한다고 해서 정당에 가는 불이익이 전혀 없다. 여성후보 30% 공천이 말잔치이자 형식상의 언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전히 유리천정은 단단하다.
전국 시·군·구 226개 지방정부 중 여성 단체장은 7명(3%)이다. 기초의회 여성 비율은 33.4%이고, 광역의회 여성 비율은 여전히 20%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에 여성의원이 없는 지역도 17곳이나 된다. 여성 국회의원은 17%에 불과하고 광역시장과 도지사는 남성들만의 리그다.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여성주권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전남은 왜 지방정치에서의 성별불균형을 고수하는가? 여성들은 더 이상 광장의 소모품이 아니다. 내란을 막아내고 정권교체에 기여한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다. 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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