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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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성호 수변길
산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사람을 품는다

  • 입력날짜 : 2018. 05.29. 18:58
장성호 제방에 서면 멀리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까지 선명하게 다가와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된다.
아침까지 부슬부슬 내리던 가랑비가 장성호주차장에 도착하자 거의 잦아들었다. 장성댐 아래에 있는 넓은 주차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제법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고, 장성호 수변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제방으로 오르고 있다. 장성호 수변길은 고속도로에서 접근하기 쉽고, 경관이 빼어날뿐더러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장성댐으로 오르는데, 방금까지 내린 비로 풀과 꽃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물기를 머금은 식물들은 더욱 푸르고 활기 넘친다. 댐 위로 오르니 장성호가 호반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호수의 긴 물길은 산줄기가 감싸고 있다. 잔뜩 흐린 날씨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에는 운무가 끼어 신비로운 기운을 전해준다. 호수 뒤로 멀리 모습을 드러내야할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은 모습을 감춰버렸다.

수변길은 호반길과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변화를 준다.
장성호 제방 위에는 ‘영산강유역농업용수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장성호관리소를 뒤로 하고 장성호 수변길을 걷기 시작한다. 장성호 수변길은 잠시 포장된 임도를 지나다가 호반에 설치된 데크길로 이어진다. 요즘에 비가 자주 내려 호수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걷는 데크길 아래까지 호수물이 찰랑거린다.

오늘은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걷는다. 데크길을 걷다보면 나무가 호수 쪽으로 가지를 뻗어 아치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잔잔한 호수 뒤로 부드러운 산줄기가 평화롭게 이어간다. 호수는 우리에게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내려놓고 가라한다. 산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사람을 품는다.

수변길을 걷다보니 호수에서 조정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성호에는 조정경기장이 있다. 장성호 조정경기장은 조정선수들의 전지 훈련장으로도 각광받는다. 장성호는 뛰어난 자연경관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과 파도가 적고 겨울철에도 얼지 않아 훈련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호숫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건너편 산봉우리들이 호수 위에 그림자를 내려놓고 유유자적한다.
길은 호반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고, 호수위에는 조정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보트가 손을 흔들어준다. 발아래로 푸른 물이 찰랑이는 데크길을 걷다가 숲속 오솔길을 걸을 때는 나무들이 상쾌한 기운을 전달해준다. 숲길을 걸으며 호수 쪽을 바라보면 나무 사이의 여백을 호수가 채워준다.

장성호 제방에서 1.2㎞ 쯤 왔을까? 출렁다리공사가 한창이다. 출렁다리가 완공되면 안쪽 깊숙이 돌아가는 길을 생략하고 곧바로 건너갈 수 있어 1.3㎞ 정도가 단축된다. 대신 출렁다리를 건설하면서 1.3㎞에 이르는 오솔길이 임도로 바뀌었다.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밀어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걷는데 가슴이 아프다.

수변길에는 곳곳에 정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어 쉬었다가 갈 수도 있다. 임도를 지나자 다시 조붓한 오솔길이다. 걷는 길은 주변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는 길이 좋다. 산봉우리에 살짝 덮인 운무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가끔 전망이 트일 때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조정선수들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들은 물위를 노저어가고, 우리는 산길을 두발로 걷는다.

하늘높이 솟은 나무들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이웃이 돼준다. 나무에게 넌지시 말을 걸면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어 응답을 한다. 사람들이 힘들다고 기대면 나무는 지친 사람을 부드럽게 품어준다. 나무들은 종종 예쁜 꽃을 피워 길손에게 향기를 내뿜어준다. 층층나무는 푸른 잎 위에 하얗게 꽃을 피웠고, 떼죽나무는 나뭇잎 아래로 작고 수없이 많은 꽃을 매달고 미소를 짓는다.

벼랑에 기대어 만들어진 데크길을 걷다보면 발아래에서 푸른 물이 출렁인다. 물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길은 흐름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물처럼 산길도 곡선을 만들며 흘러간다.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 걸음만 옮길 따름이다. 흐르는 물위를 떠가는 조각배처럼 우리의 몸도 길을 따라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호수위에 와 있다. 호숫가에서 산과 호수를 바라보니 선이 흘러가고, 선은 커다란 면을 만들어 아름다운 풍경이 됐다.

이제부터 호반은 한동안 가파른 벼랑을 이룬다. 벼랑에 기대어 만들어진 데크길을 걷다보면 발아래에서 푸른 물이 출렁인다. 물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호수에서는 1인용 보트를 타고와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변길은 숲속 오솔길을 걷다가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번갈아가면서 이어져 변화를 준다.

이윽고 서너 채의 민가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에는 식당과 커피숍을 겸하고 있는 집도 있어, 우리도 마지막 지점까지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와 점심을 할 예정이다. 이 마을로 들어오는 임도가 있지만 수변길은 임도 아래로 새로 개설한 오솔길을 따라 걷게 돼 있다. 길은 부드럽고 호수는 잔잔하여 평화롭기 그지없다.

호수를 가장 가까이 두고 걷는 길이라 마치 호수로 걸어들어 가는 착각을 하곤 한다. 호숫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건너편 산봉우리들이 호수 위에 그림자를 내려놓고 유유자적한다. 산봉우리가 그림자를 내려놓으면 호수는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장성호 수변길 종점인 수성리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2차선 도로가 나 있지만 교통이 불편하다. 그래서 승용차를 댐 아래 주차장에 두고 온 사람들은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되돌아가기로 한다.

12시가 넘으니 배가 고프다. 아내는 빨리 가서 요기를 하자고 보챈다. 걸음이 빨라진다. 민가 몇 채가 있는 마을로 되돌아오니 조금 전 지나갈 때만 해도 한적했던 식당은 어느새 만원이 되었다. 식사하는 사람, 막걸리나 맥주로 목을 축이는 사람들로 고요한 식당은 시끌벅적하다.

이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면 장성댐까지 보트로 무료로 실어다주는데, 하필이면 보트가 고장 나 오늘은 운행할 수 없단다. 점심을 먹고서 우리는 오전에 걸었던 길 그대로를 걸어 출발지점으로 돌아간다. 오후가 되면서 하늘에 구름도 걷혀가니, 흐린 날씨에 보던 풍경과 달리 주변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장성댐까지 되돌아 나오니 오전에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백암산까지 선명하게 다가와 풍경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나와 아내는 제방에 서서 장성호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여행쪽지

▶장성호 수변길은 아름다운 장성호를 바라보며 걷는 호반길로 장성호 제방→출렁다리→‘풍차와 호수’식당→수성마을까지 7.5㎞에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왕복은 15㎞.
▶승용차를 장성댐 주차장에 두고 오는 경우 적당한 곳까지 걷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풍차와 호수’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보트로 장성호 제방까지 실어다준다.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장성댐 주차장(장성군 장성읍 용강리 177-3)
▶장성호 수변길을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장성댐에서 5.8㎞ 지점에 있는 ‘풍차와 호수’(061-394-3400)에서 빠가탕 등 민물탕을 먹을 수 있고, 장성댐 주차장 아래 마을에 있는 호산식당(061-393-8449)의 메기찜(탕), 빠가탕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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