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2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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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몸으로 사다리 타고 높은 다락 올랐더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8)

  • 입력날짜 : 2018. 06.12. 19:00
百祥樓(백상루)[1]
제봉 고경명

취한 몸 사다리로 다락에 올랐더니
냇가의 꽃과 풀이 시야에 들어오고
수궁의 영산 연하가 높은데 있었다네.
醉躡梯飇十二樓 晴天芳草望中收
취섭제표십이루 청천방초망중수
水宮廉箔疑無地 蓬島煙霞最上頭
수궁염박의무지 봉도연하최상두

백상루는 옛 안주성 장대 터에 세워져 청천강의 자연경치와 잘 어울리는 건물로 관서팔경(關西八景) 가운데서도 첫째로 꼽혀 ‘관서제일루’(關西第一樓)라 한다. 언제 지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14세기 고려 충숙왕이 쓴 시에 백상루에 대해 읊은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훨씬 이전부터 있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수궁의 주렴을 보고 땅이 없는가 여겼는데, 영산(靈山)의 연하(煙霞)가 제일 높은 곳에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취한 몸으로 사다리 타고 높은 다락 올랐더니’(百祥樓)로 제목을 붙여 본 율(律)의 전구로 칠언율시다.

작가는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대장이다. 1581년(선조 14년) 영암군수로 관직에 진출했고 종계변무주청사, 명사원접사, 평양 서윤, 한산군수를 지냈다. 동향인 정철이 유배되자 그만 관직을 사직하고 귀향했지만 후에 의병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취한 몸으로 사다리 타고 높은 다락 올랐더니 / 냇가의 꽃과 풀이 시야에 들어 오구나 // 수궁의 주렴을 보고 땅이 없는가 여겼는데 / 영산(靈山)의 연하(煙霞)가 제일 높은 곳에 있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백상루에 오르면서1]로 번역된다. 평안도 안주에는 북한의 국보 31호인 백상루가 있다. 100가지쯤 되는 좋은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겠다. 백상루는 평양의 연광정, 만포의 세검정, 의주의 통군정과 더불어 관서8경 중 하나로 꼽히며 누정들 중 으뜸이라 해 ‘관서제일루’(關西第一樓)라 한다.

시인은 이 같은 백상루를 찾으면서 수많은 선현들이 이곳을 찾았을 것을 생각하면서 감회에 찬 심회를 담았겠다. 취한 몸으로 사다리 타고 백상루의 높은 다락 올랐더니, 냇가의 꽃과 풀이 시야에 들어왔다는 선경의 시상을 그렸다.

화자는 ‘수궁의 주렴을 보고 땅이 없는가 여겼는데, 영산(靈山)의 연하(煙霞)가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후정의 심회를 쏟아 냈다. 이 백상루는 진주의 촉석루(矗石樓)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 누정 건물로 고유한 특색을 보인 관서팔경의 하나다. 후구로 이어지는 심회에서는 [하늘 밖의 매화는 피리소리 따라 날고 / 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仙舟)와 함께 아득하네 // 바람을 타고 부구공(浮丘公)의 소매를 잡으려 하니 / 선학이 너울너울 날아와 십주를 희롱하네]라고 했다.

※한자와 어구

醉: 취하다. 躡梯: 사다리 타고 오르다. 飇: 회오리바람. 十二樓: 12층 다락 혹은 다락. 晴天: 맑은 하늘. 芳草: 꽃다운 풀. 望中收: 시야에 들어오다. 사방을 보다. // 水宮: 수궁. 廉箔: 주렴과 발. 疑無地: 땅이 없는가 여기다. 의심하다. 蓬島煙霞: 영산의 연하. 最上頭: 가장 높은 봉우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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