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1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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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을은 오겠지만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8.08. 19:02
올 여름에는 장례식장 다녀올 일이 부쩍 많다. 대부분 80대이상 노인들이 돌아가셨다. 폭염만 아니었어도 좀더 사셨을 것이다. 올해의 폭염은 여러 기록들을 갈아 치웠다. 111년만의 최고 더위, 최장기간의 열대야, 첫 40도 넘은 지역이 수두룩 쏟아졌다.

예년 같으면 8월 중순쯤 전국의 해수욕장 물이 차가워 대부분이 문을 닫으면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던 것이 통상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폭염은 8월말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서민들의 삶이 많이 고단하겠다. 걱정이다.

올해 폭염은 한국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도 나타나 지구 자체가 불덩이다. 독일은 39.5도까지 치솟아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스웨덴에서도 7월 평균기온이 2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열도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면서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의 기온이 41.1도로 일본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서로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0개국 412개 지역에서 2031-2080년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그 결과 필리핀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31-2080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1971-2020년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실제 사망자 수를 말한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호주와 미국은 같은 기간 초과사망자가 각각 5배에,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올해 일본 소방청이 발표한 온열질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부터 7월 말까지 온열질환 사망자가 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실려 간 이가 최근 석달 동안 7만명이 넘는다는 집계가 나왔다.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도 폭염 사망자가 약 90명이 넘었다고 주 보건당국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 온열으로 인한 질환자수가 3000여명이 넘었으며 40여명이 사망했다. 2015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로 인해 사망했던 38명 보다 많은 이가 더위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폭염대책은 ‘천막형 그늘막’ 설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국내 지자체 중 무더위로 가장 유명했던 대구시의 폭염대책은 다른 지자체가 참고할만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쿨링포그(cooling fog)’시스템이다. 쿨링포그는 도심 주요 시설에 수도관과 노즐을 설치해 인공안개처럼 물을 분사하는 장치다. 주변 온도를 3도 가량 낮춰 도심 열섬현상 해소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지붕에 햇빛·태양열을 반사하는 페인트를 칠해 열기 축적을 감소시켜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Cool Roof)’사업도 예산을 들여 공공기관 38곳에 조성했다. 그늘막도 기온이나 빛에 따라 자동으로 접히고 펴지는 ‘스마트 그늘막’ 등 첨단 시설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폭염 시설 관련 사업비를 편성, 미리미리 무더위에 대비해 나간 결과, 폭염대책이 전국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폭염 장기화에 따른 국민 건강도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최근 한국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는 ‘폭염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38명이 사망한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폭염 피해를 공중보건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고 ‘국가 통합 폭염 건강정보 시스템(가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폭염 피해 취약자를 전수 조사해 야간에도 거주할 수 있는 쉼터로 이송하는 긴급 구난 활동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야외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건설노동자와 하청,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보다 실효성 있는 건강보호 조치를 강제력 있는 긴급명령을 통해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새겨들을 말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임시국회를 열어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긴급 재난 활동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통합 폭염 건강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포털과 SNS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건강정보를 체계적으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상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폭염의 원인은 ‘열돔현상(Heat Dome)’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열돔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교수연구팀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지표면의 3분의 1이 사막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인 로레슨 C 스미스는 ‘2050 미래쇼크’라는 책을 통해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북극해 해빙이 전부 녹아 없어진다면 기온이 지금보다 22도 더 올라 생물이 살지 못하는 뜨거운 바위덩어리가 된다는 가정을 내놓았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한국도 곧 사막이 될 수 있다. 이제 지구촌 인류는 생존을 위해 불덩이 지구를 시원하게 만드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폭염이 지나면 어쨌든, 가을이야 오겠지만, 내년 폭염은 또 어찌할 것인가.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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