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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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지리산 ‘뱀사골 신선길’
태고의 생명 살아 숨쉬는 골짜기에서 천년송 만나다

  • 입력날짜 : 2019. 09.03. 18:50
생명이 살아 숨 쉬고 태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뱀사골 계곡.
지리산은 넓고 깊다.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지리산은 그 넓이나 장엄함에서 이미 ‘산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첩첩한 산봉우리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지리산의 수많은 계곡 중 뱀사골은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북쪽으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모아져 만들어진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뱀사골은 지리산의 다른 계곡에 비하여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우아하게 물든 단풍철 뱀사골도 좋지만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뱀사골은 신선놀음에 다름 아니다. 올 여름 무더위가 막판에 이른 오늘 우리는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지리산 뱀사골로 향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만수천을 거슬러 달려가 반선에 이른다. 반선에서 달궁계곡에 놓인 반선교를 건너면서 뱀사골이 시작된다. 반선교 근처에서 달궁계곡과 뱀사골계곡이 합류한다.

반선교 건너 뱀사골로 접어든다. 와운마을까지 이어지는 임도 아래로 데크길이 놓여 있고, 입구에 ‘뱀사골 신선길’이라고 쓰인 나무문이 길안내를 해준다. 하늘을 덮어버린 숲과 바로 옆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흘러온 물은 계곡을 구성하고 있는 바위를 매끄럽게 다듬어놓았다. 물줄기는 자신이 다듬어놓은 깔끔한 바위를 넘고 넘으면서 더욱 맑아진다. 계류는 경사진 바위를 넘을 땐 하얀 물 구슬을 만들었다가도 깊은 소를 만들어 옥빛을 띠기도 한다. 계곡물과 바위의 찰떡궁합에 울창한 숲이 함께 하면서 계곡은 더욱 그윽해진다. 계곡가 나무들은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화장을 하면서 뱀사골을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물속에서는 돌과 바위가 투명하게 비치고, 피라미 같은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을 한다. 생명이 살아 숨 쉬고 태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렇게 평화롭고 그윽한 계곡길을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선이 되는 것 같다. ‘뱀사골 신선길’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계곡물과 바위의 찰떡궁합에 울창한 숲이 함께 하면서 계곡은 더욱 그윽해진다. 나무들은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화장을 하면서 뱀사골을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봄철이면 연둣빛 신록이 눈부시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물색까지 붉게 물들여버린다. 겨울이면 잎을 떨군 숲이 텅 빈 충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뱀사골 본류와 와운골이 만나는 지점에는 둥그런 바위가 흔들바위처럼 자리하고 있다. 용이 머리를 흔들고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요룡대라 부르는 바위다. 이곳에서 계속 뱀사골을 따라 오르는 길과 와운마을 가는 길이 갈린다. 뱀사골 계곡길은 여기에서부터는 오솔길로 화개재까지 이어진다. 자동차가 없던 옛날에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하동을 오갈 때 뱀사골을 통해 화개재를 넘었다.
신선길은 뱀사골 계곡 옆 데크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하늘을 덮어버린 숲과 바로 옆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우리는 뱀사골과 헤어져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로 향한다. 길은 잠시 와운마을로 통하는 임도를 따르다가 계곡가 데크길을 따라서 간다. 뱀사골은 경사가 완만해 폭포가 거의 없었는데, 와운골에서는 5-10m 높이에 이르는 폭포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널찍한 바위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사이좋게 서서 부부애를 과시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부부송이라 부른다. 바위에 어렵게 뿌리내린 두 그루의 소나무가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이 어려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부부 같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쉬지 않고 흘러내린 물줄기는 바위 가운데에 푹 파인 홈통을 만들어 아름다운 폭포가 됐다. 단단한 바위를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물이 조금씩 깎아내어 폭포수가 타고내릴 물길을 만들어낸 것이다.

데크길이 끝나고 다시 임도로 오르자 와운마을이 눈앞이다. 마을위로 천년송도 모습을 드러낸다. 1990년대 중반 자동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개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뱀사골 입구 반선마을에서 1시간 정도를 산길로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오지 중 오지마을이었다. 지금도 와운마을 주민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이 제한된다.
와운마을 뒤에 있는 지리산 천년송.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이 무려 12m에 이른다.

와운마을은 반야봉(1천732m), 명선봉(1천586m), 형제봉(1천452m) 같은 고봉에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아 바깥세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구름도 높은 산봉우리들을 넘지 못하고 골짜기에 내려앉는다는 마을이다. 구름이 누워 간다고 해 와운(臥雲)마을이다. 와운마을은 지리산에 둥지를 튼 마을 중 가장 높은 해발 650m에 위치해 있다. 와운마을은 깊은 산골마을답게 고요하고 외롭다. 휴일에 천년송을 찾아오는 탐방객이 아니면 평소에는 외부사람 보기도 힘든 곳이다.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우람한 소나무가 마을을 굽어보며 늠름하게 서 있다. 천년송(千年松)이다. 천년송의 실제나이는 500년이 조금 넘는다. 천년송은 오랜 세월 내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리산 천년송은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됐다.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이 무려 12m에 이른다.

수백년의 세월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천년송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되도록 했다. 일생을 아름답게 살아온, 그래서 곱게 늙은 선비의 근엄하고 맑은 모습이 천년송에서 풍겨 나온다. 거북등 모양의 줄기에서도 거목의 품격이 느껴진다. 할머니소나무라고도 부르는 천년송에서 20m 위쪽에 할아버지소나무가 서 있다. 그 크기는 할머니소나무의 절반 정도에 달한다.
와운골 초입에서 만난 5m 높이의 폭포가 두 줄기로 시원한 폭포수를 쏟아낸다.

수백년 나이 먹은 나무를 보면 저절로 경외심이 든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놀랍지만, 모진 눈보라와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았다는데 이르러서는 존경심마저 든다. 천년송 앞에 서 있으니 가깝게는 심마니능선이, 멀리는 정령치에서 고리봉·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이 펼쳐진다.

우리는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뱀사골계곡 하류까지 내려와 배낭을 내려놓고 탁족을 즐긴다. 바위에 앉아 물속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시원해진다. 물속에 담긴 발로 피라미들이 모여든다. 평소에 보기 힘든 빠가사리 한 마리도 유유히 헤엄쳐 지나간다. 맑은 물과 깔끔한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여행쪽지

▶지리산 뱀사골 신선길은 뱀사골과 와운골을 거쳐 와운마을 천년송까지 다녀오는 길로, 여름철에는 피서를 겸해서 걸을 수 있고, 가을철에는 우아한 뱀사골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코스 : 반선마을→뱀사골 요룡대→와운마을→천년송→요룡대→반선마을(왕복 6㎞, 2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반선마을 주차장(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로 246)
▶반선마을과 와운마을에는 식당이 많다. 반선마을에 있는 일출산채식당(010-6206-6861)의 산채정식은 30종 가까운 산나물에 묵은지찜, 표고버섯황태국, 들깨두부조림을 곁들여 나오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토종닭백숙, 닭도리탕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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