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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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한국 사회
김일태
전남대 교수

  • 입력날짜 : 2019. 10.15. 17:53
작금의 한국은 미북 비핵화 협상, 한일 경제전쟁,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태풍 피해 복구, 경제회복 등 외교와 민생의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지난 두어 달 동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국회 기자간담회, 국회 청문회, 장관 임명, 검찰 개혁, 국정 감사와 더불어 검찰의 압수 수색과 기소로 장관이 사퇴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동안 정치권은 앞장서서 진영을 가르고 국민들을 장관 파면과 검찰 개혁으로 분열시켜 선동하고 광장에 동원해 희생시켜 왔다. 또 학계, 종교계, 의료계 등 전문가 집단들은 편을 거들었다. 국민의 직접민주주의는 정치권이 개입하면서부터 당리당략에 얽매인 상대를 적대시하는 세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고 집회 참여인원이 논쟁거리가 되었다.

지금 한국의 사회는 진영의 선동 정치로 가는 데마고기아(우중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데모크라티아(민주정치)와 데마고기아(demagogia)는 그리스에서 시작된 정치체제로 ‘데모스(demos)’라는 ‘민중(시민)’이 주역이다. 그러나 우중(중우)정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국가 권력의 견제와 정권의 비판보다는 정권과 지도자들에 대한 의혹과 폭로로 불신과 증오를 조장해 국가, 정권과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이다. 그리스 아테네 말년 페리클레스의 탄핵 발언으로 등장한 클레온, 지금은 정치인들은 물론 언론들, 웹과 유튜브들, 전문가 집단들, 종교계, 이익단체들도 합리적 비판을 넘는 ‘데마고그(선동자)’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고 주권재민이다. 검찰(prosecution service)은 국가와 공공의 안녕을 위해 민·형사 소송과 행정소송 등을 기소하는 법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부 공무원의 조직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제1항)’라는 점에서 검찰의 공권력도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을 위해서 행사해야 하므로 검찰의 권한이 과도하게 주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 검찰은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의 공복(公僕)이기보다는 정치 검찰의 행태를 보여 왔다. 한국 검찰은 기소 독점, 수사권, 수사종결권, 공소취소권, 긴급 체포 사후 승인, 체포 및 구속 피의자 석방 지휘권, 경찰 수사 지휘권 등을 비롯하여 수사방식과 관행에서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권한은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어떤 나라보다도 크다. 또한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지만 50명에 육박하는 차관급이 있는 조직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였고 정권에 편승하여 왔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에게 정권은 유한한 것이고 조직의 권한은 무한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의 검찰은 조선 왕조시대에도 볼 수 없는 거대한 조직이다. 조선시대 사법 기관은 의금부, 형조, 사헌부, 포도청으로 분산되어 있고 중대 범죄는 합동으로 다스리고 있다. 의금부는 왕명으로 죄인을 추국(推鞫)하는 기관이고 왕족의 범죄, 역모죄 등 왕권 도전의 대역죄와 유교 윤리를 심하게 어긴 강상죄(綱常罪), 사헌부가 탄핵한 사건, 외국 관련 범죄 등 중죄인을 다룬다. 그리고 심문 결과로 사약, 귀양, 유배 등 혹독한 판결을 내리는 기관으로 검찰 개혁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역할과 유사하다. 형조는 육조의 하나로 법률과 의논의 결정 및 소송, 노비의 업무 등 재판관계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법무부의 기능을 한다. 포도청은 양반 사대부를 제외한 평민의 민생 사건을 다루는 경찰업무에 치중하는 기관이다. 사헌부는 관리들의 비리를 감찰하고 조사하여 탄핵하는 기관으로 지금의 감사원과 청와대 특별 감찰관의 역할과 유사하다. 한국의 검찰은 조선 시대 사법기관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은 시작됐다. 개혁은 사람이 아니고 법 시스템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실패했다. 법 시스템은 모든 국민과 국익을 위해 국회에서 입법으로 만들어지고 법무부와 검찰은 엄정한 법 집행을 하면 된다. 이번에도 국회는 여야 정치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국민 여망의 검찰 개혁을 합의하지도 못하고 겨우 패스트트랙의 절차에 의존하게 되었다. 여야 정치권이 검찰 개혁을 합의하고 국회에서 법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사람 중심의 사퇴와 수호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회와 정치권은 진영 논리로 정쟁을 일삼고 대의민주정치를 포기하고 국민들을 선동적으로 광장으로 나오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개혁의 역량도 상실하고 개혁의 대상이다. 또한 일부 국회의원은 상대 의원들에게도 막말과 욕설을 퍼붓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국민들에게는 더 심하게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 한심하다.

지금 분열된 한국 사회의 책임은 정치지도자들이 우선이다. 이제라도 여야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들을 광장과 구호로 내몰지 말고 국민들이 원하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과 민생 입법을 반영하는 대의민주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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