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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상의 농업을 돌아보며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19. 12.03. 22:32
2019년 10월2일,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민들이 2천여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네덜란드 사상 초유의 교통체증사태가 벌어졌고, 시위에 참여한 농민의 자녀들은 같은 시각 장난감 트랙터의 작은 페달을 밟으며 유치원에 등교했다. 농업이 환경오염과 동물학대의 주범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농업의 생산 환경을 어렵게 하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농업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례를 들고 벤치마킹하는 나라이다. 작년 우리나라 농업 수출액이 93억달러인데 반해 네덜란드는 무려 983억달러였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세계 최고 부농국가에서 농민들이 시위를 한다.

그리고 얼마 뒤인 11월27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5천여대의 트랙터가 모였다.

환경보호와 지하수 보존을 위해 비료사용을 제한하라는 국가제도로 인해 농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였다.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농업 분야에서도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유기농 면적 세계 10위권의 나라이다.

바로 다음날인 11월28일, 프랑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민들이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트랙터로 막고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역시 부농국가이고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정부의 지원도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랑스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50명 가량의 농민들이 삶을 포기했고, 심지어 2015년에는 무려 605명의 농민들이 자살을 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농업 선진국 유럽의 지금 모습이다. 유럽은 요즘 우리 농정개혁 논의의 핵심 이슈인 ‘공익형 직불제’를 먼저 시행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란 ‘생태, 경관, 식량자급의 역할을 농민에게 부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우리 농업이 모델 삼으려하는 EU 농업 정책의 설계자는 EU 농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정 개혁 설계 단계부터 명확한 목표 설정과 농민들의 참여 독려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쌀 생산 국가였던 필리핀에서는 쌀이 부족하다며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총으로 막아서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매년 식량부족의 위기의 경고하는데, 곡물 수출 국가인 아르헨티나 농민들은 먹고 살게 해달라고 시위를 하고, 한편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트랙터를 몰고 농장이 아닌 거리로 나서는 모습도 보면서, 농업이 가야 할 길이 어느 방향인지 솔직히 조금 혼란스럽다.

매년 그랬지만 2019년 올해는 우리나라 농업도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잦은 태풍,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 폭락, 가축전염병,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돌아보니 힘겨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논란 속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어쨌든 시작되었고, 로컬푸드, 푸드플랜 등은 마치 농업과 농촌의 대안처럼 번져나가고, 농업의 손을 떠나 거대 자본의 자산 플랫폼이 되어버린 공영도매시장은 농민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이해집단의 이익을 위해선인지 이런저런 논쟁이 계속되고, 농업인구가 1천만명에서 240만으로 1/5로 줄어드는 동안 농협 임직원은 3배가 늘었고, 농업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도 대폭 증가했다. 여기저기서 청년 농부 육성이라는 명목 아래 창업지원과 보육, 컨설팅 등 각종 지원제도를 쏟아내고, 많은 정치인들과 단체장들이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근본이라고 외치는 모습도 여전한 풍경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지만 우리 농업은 여전히 힘겨운 모습이다. 어느 쪽이 우리 농정이 가야할 방향인지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지식이 내겐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노력했지만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다양하게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도 생각해본다. 다양함이 당연한 것이 되어 본질을 벗어난 다양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낭비되는 모습들도 한편으로 안타깝다.

2019년을 마무리해가면서 한해 우리 농업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다가 문득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떠올린다. 희망은 어차피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방향을 잘 정하고, 정밀하고 치밀하게 전진해 나가는 2020년 활기찬 농업농촌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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